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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문화. 딱히 분명한 정의는 없다.
진지함 보다는 가벼움, 메시지보다는 재미, 다수보다는 소수를 지향하는 메이저에서 살짝 비껴서 있는 문화라는 정도?
B급 문화, 이는 곧 대중 문화다.
고상하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소수만의 특별함과는 거리가 있다. 1%만을 위한 그런 문화가 아니다. 대중적이라는 것은 적당히 세속적이란 뜻이다. 타인의 불완전한 모습은 때론 완벽하지 않은 나에 대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확장성 하나는 끝내준다. 점잖은 자리에서 차마 못하고 돌아서지만 집에 오면 맴돈다. 편한 옷을 갈아입고, 이를 닦으며 흥얼거리며 나오는 몸짓. 바로 B급 문화의 중독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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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는 곳 마다 화제만발이다. '낚시꾼 스윙'의 중독성이 이미 미국 대륙에 상륙한 지 오래다. 선수도 팬들도 난리다. SNS를 통해 그의 독특한 피니시 자세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언론 매체들도 앞다퉈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하고 있다. 주로 함께 뛸 동료 선수들의 반응 등을 소개하면서도 임팩트 구간에서 '멀쩡한' 최호성의 스윙을 분석하기도 했다. 최근 일본 카시오 월드오픈 우승 소식을 전하며 충분한 실력이 있는 선수임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패트릭 리드는 "그 스윙이 통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며 "실제 독특한 폼은 많다"고 말했다. 빌리 호셸은 "기술적으로 나쁜 스윙이 아니다. 아놀드 파마가 말한 '자신의 스윙을 하라'는 말 그대로 최호성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리 맥길로이는 "임팩트 구간까지 그는 기술적으로 좋은 스윙을 가지고 있다. 그는 분명 아주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타이거 우즈는 "최호성의 스윙은 놀랍다"며 "그의 스윙을 보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아플지 모르겠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2017년 이 대회 챔피언 조던 스피스는 "그 스윙을 직접 본다는 사실이 흥미롭다"며 "나는 그의 (독특한) 팔로스로우 동작 후에 웃게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화제만발, 그 안에는 부정적인 시선이 아예 없지는 않다. 요약하자면 웃긴건 좋은데 PGA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되느냐 뭐 이런 뉘앙스가 숨겨져 있다. 이런 시각에는 여전히 소수의 귀족 스포츠로서의 특권 의식의 이면이 숨겨져 있다. 모두 골프의 대중화를 방해하는 요소들이다. 골프는 갈수록 더 한걸음씩 대중에 다가서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상식적인 방향으로의 룰 개정도 이러한 맥락 속에 있다.
그런 면에서 최호성의 PGA 진출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해지는 건 어떨까. 그의 독특한 '낚시꾼 스윙'에 대한 골프팬들의 화제가 만발할 수록 골프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진다. 타이거 우즈가 골프 자체로 생산하는 주목도와는 또 다른 차원이지만 골프의 대중화와 발전에 분명 큰 도움이 되는 행보다.
최호성이 참가하는 프로암(Pro-am)은 말 그대로 프로와 아마추어가 짝을 이뤄 경기에 나서는 대회다. 골프를 매개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프로와 아마가 함께 어우러지는 골프대회다. 그 취지만큼 다름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골프계의 별종' 최호성 같은 선수가 참가하는 다양성을 너그럽게 바라보는 여유. 신사 스포츠 골프가 추구해야 할 당연한 마인드일지 모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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