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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 in 골프]꾸준함의 대명사 배선우, "우승은 기다리는게 아니고 찾아가는 것"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8-08-29 05:55




KLPGA에는 조용한 강자들이 수두룩 하다.

잠시 잊고 있다가 우승 소식이 들리면 '아, 참...우승을 할 만한 선수였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선수 그룹. 그 두툼한 최고 선수층이 곧 KLPGA의 경쟁력이다. 언제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은 선수들, 그 중 하나가 바로 배선우(24·삼천리)다. 우승자만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승자 독식 구조 때문에 한동안 주목 받지 못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배선우는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올시즌 출전한 17개 대회 모두 컷 통과. 톱10 7번, 그 중 무려 6번이 톱5였다. 지난 시즌에도 26번의 출전 대회에서 10차례의 톱10과 7차례의 톱5를 기록한 바 있다. 정규투어 통산 톱10 피니시률이 무려 33.6%에 달한다.

꾸준한 실력으로 우승권을 맴도는 골퍼 배선우. 그는 유독 준우승이 많다. 2016년 데뷔 첫승과 함께 2승을 신고한 뒤 26일 하이원리조트 오픈에서 3승째를 기록할 때까지 2년간 준우승만 5번 했다. 딱 한걸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결과다.

너무 착한 탓도 있었다. 배선우가 KLPGA 미디어 가이드에 적은 프로필에는 "저는 남을 많이 챙겨주는 것이 단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장점이 되어 나중엔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적혀있다. 단점이라 느낄 만큼 자기가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먼저 챙기는 성격이란 뜻이다. 실제 배선우는 연말이면 소속사 삼천리 선수들과 함께 어김없이 봉사활동에 나선다. 사비를 털어 이웃 돕기에도 늘 앞장서는 모범적인 선수다.


그 '착한 선수' 배선우가 '독한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승부에서 만큼은 철저히 독종으로 변신해 승부근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배선우를 변화시킨 사람은 같은 삼천리 소속 선수인 김해림 선배(29)였다. "(그동안) 집념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같은 식구가 된 김해림 선수가 교촌 대회에서 우승할 때 응원을 갔는데 17번 홀에서 어려운 퍼트를 넣으면서 연장까지 끌고 가더라고요. 그때 우승하려면 집념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김해림은 지난 5월6일 강촌CC에서 열린 교촌허니 레이디스오픈에서 역전 우승을 하며 KLPGA 투어 사상 4번째 동일 대회 3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

실제 배선우는 이번 하이원리조트 대회에서 집념을 제대로 발휘했다. 2라운드까지 선두 나희원에게 무려 8타 뒤져 있었지만 마지막 3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인 64타를 몰아치며 연장 승부 끝에 기어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연장 승부에 임했던 마음가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여기(18번 홀)가 버디가 나오기 힘든 홀이기 때문에 최대한 파로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집념을 가지고 임했음을 에둘러 설명했다.

배선우는 "작년부터 우승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나는 잘한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라고 말한 뒤 "이렇게 몰아서 뒤집어 우승할 줄 몰랐는데 많이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대견하다 말하고 싶다"며 변화된 자신의 모습에 대해 뿌듯해 했다.

배선우의 변신. 과연 '꾸준함의 대명사'란 수식어를 '집념의 골퍼'로 바꿀 수 있을까. 일단 첫 단추는 잘 뀄다. 남은 시즌 목표에 대해 그는 예의 겸손 모드로 돌아간다. "이번 대회에서 첫 승을 했기 때문에 남은 시즌에는 상금순위 톱5에 드는 것이 새로운 목표에요. 메이저 대회 우승도 하고 싶고요. 그래서 다음 주에 열리는 한화대회도 잘하고 싶어요." 현재 배선우는 상금랭킹 4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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