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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비상했다.
올 시즌 미국 무대에 진출한 전인지는 일부러 체중을 늘렸다. 지난 3월 한 허리 부상 이후 한 달간 재활에 몰두하면서 이전보다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펼쳤다. 이유는 하나였다. 드라이버 비거리를 늘리기 위함이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무대에서 활약한 전인지의 드라이버 평균 거리는 245야드였다. 그런데 올 시즌 드라이버 평균 거리는 255.39야드로 10야드가 늘었다.
전인지의 별명은 '플라잉 덤보'다. 만화 속 아기 코끼리 캐릭터를 닮아 붙여진 애칭인다. 그러나 그녀의 플레이 스타일을 동물에 비교하면 '여우'에 가깝다. 이번 시즌 드라이버 정확성은 74.26%(30위)에 달한다. 티샷을 러프를 피해 정확하게 페어웨이에 올려놓기 때문에 평소 출중한 쇼트게임 능력을 살려 그린 적중률(72.04%·18위)까지 높일 수 있었다.
메이저대회는 코스 세팅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타수를 줄이기 쉽지 않다. 그러나 전인지는 24년 동안 깨지지 않던 벽을 허물었다. LPGA 투어 메이저대회 72홀 최소타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1992년 베시 킹(미국)이 LPGA 챔피언십에서 적어낸 267타를 훌쩍 넘긴 전인지는 청야니(대만) 등 4명이 갖고 있던 LPGA 투어 메이저대회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19언더파)도 경신했다. 궂은 날씨로 인해 느려진 그린 속도와 경사도 전인지의 신들린 퍼트를 도왔다. 전인지의 평균 퍼팅은 29.02개로 4위에 랭크돼 있다.
메이저 우승도 기쁘지만 전인지에겐 LPGA 올해의 신인상 수상 확정도 의미 있다. 세 차례 준우승으로 신인왕 포인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던 전인지는 일반 대회보다 두 배 많은 포인트가 걸린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쐐기를 박았다.
'인지 천하'가 열렸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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