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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2015시즌을 마치고 국내 마무리 훈련에 들어갔을 당시 김도훈 인천 감독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때 데려간 골키퍼는 달랑 이태희 한 명이었다.
이후 1월 14일 경남에서 뛰던 김교빈을 영입했고, 2월 29일 20세이하 대표 출신 김다솔을 추가했다. 김다솔은 팀에 합류한 시기나 경험상 사실상 R리그(2군리그)용이고 이태희와 김교빈으로 힘겹게 시즌을 끌어가는 중이다.
이태희는 2015년 시즌 유 현-조수혁에 밀려 4경기 뛰는 데 그쳤고, 김교빈은 인천 입단 이전 4시즌 동안 4경기밖에 출전못하는 등 벤치워머들이다. 떠나간 유 현의 빈자리를 메워주기에는 크게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수원도 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을 놓친 이후 골키퍼 포지션에서 이렇다 할 보강이 없었다. 신인 김선우와 용인시청에서 뛰던 양형모를 영입했지만 주전 자리를 꿰차기는 아직 요원하다.
울산도 현재 0득점-2실점으로 12개 클래식팀 가운데 유일하게 무득점 허약한 팀으로 남아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명가 재건과 멀어진 모습이다. 특히 울산은 2015년 시즌이 끝난 뒤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를 일본(빗셀 고베)으로 보내고 대체자원을 찾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부산 골키퍼 이창근을 영입하려고 긴밀하게 접촉했다가 무산됐고, 시즌 개막이 임박해서 FC서울 김용대를 급히 수혈했다. 김용대는 유 현이 가세한 서울의 내부 경쟁에서 사실상 밀려난 자원이다.
이들 3개팀의 공통점은 올 시즌 현재 최하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원과 울산이 1무1패, 골득실 -2로 동률이지만 다득점에서 수원(2골)이 앞서 10위이다. 인천은 2패 최하위.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3개팀은 골키퍼 고민을 안고 있다. 인천, 수원, 울산 모두 지난해까지 팀의 간판 수문장이었던 유 현 정성룡 김승규를 붙잡는 데 실패한 뒤 안심할 만한 보강을 하지 못했다는 점도 희한하게 닮았다. 에이스 골키퍼를 잃은 후유증에 톡톡히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시즌 초반 골키퍼의 존재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상위 그룹을 보면 더 확연해진다. 1위 포항, 2위 성남을 비롯해 올 시즌 양강 전북(1승1무)과 서울(1승1패)은 골키퍼가 탄탄하다는 점이 같다.
포항은 2004년 포항에서 데뷔해 13년째 포항의 '철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2006년부터 전북맨으로 뛰고 있는 권순태 역시 안정된 뒷문을 구축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성남은 올림픽대표팀의 넘버1 골키퍼 김동준으로 재미를 보고 있고, 서울은 베테랑 유 현을 영입해 김용대를 대신할 전력 보강에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아직 시즌 2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데다 골키퍼가 팀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시즌 초반 골키퍼에서 희비가 엇갈린 팀들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흥미는 높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