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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배상문(28)이 병역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배상문은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처음엔 대학원(성균관대)을 다니면서 입대를 미뤘다. 지난 2013년 PGA 투어에서 첫 승을 거둔 뒤엔 영주권을 받았다. 미국 정부는 PGA 투어에서 우승한 외국인 선수에게 영주권을 준다. 지금까지 배상문은 병무청으로부터 국외여행 허가를 받고 미국에서 생활했다.
올해도 국외여행 허가를 신청했다. 그런데 최근 병무청으로부터 더 이상 국외여행 연장 허가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병역법에 따르면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25세 이상의 남자가 해외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병무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상문은 해외에서 골프 선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법의 테두리에서 보면 여행인 셈이다. 만약 병무청이 최종적으로 여행 허가를 불허할 경우 배상문은 PGA 투어 생활을 접고 국내로 들어와 내년 초 군에 입대해야 한다.
배상문의 고향은 대구다. 관할인 대구·경북 병무청은 "30일까지는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답답한 마음에 배상문측은 29일 군 입대 연기를 위해 국외여행 기간 연장을 해달라는 진정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다. 배상문은 군 '면제'가 아니라 '연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합법적이고 정당한 방법으로 연기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영주권 취득 후에 (미국에) 1년 이상 거주하면 3년 미만으로 (국외여행 기간을) 연기 해주게 돼 있는 법 조항을 근거로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배상문은 "법 테두리 안에서 연기해 달라는 것이지 결코 병역 회피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호소했다. 배상문의 어머니인 시옥희씨는 "상문이가 성적이 좋지 않아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못한다면 당연히 군대에 가야겠지만 지금 당장 선수 생활을 중단하기는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병역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미국에 체류중인 배상문이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면 된다. 하지만 화끈한 '경상도 사나이'인 배상문은 "그런 방법을 택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실제로 배상문은 현재 절정의 샷감을 유지하고 있다. 2014-2015시즌 개막전인 프라이스닷컴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한국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PGA 투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잡았다. 당장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의 흥행을 위해선 배상문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병역 의무는 중요하다. 그러나 운동 선수가 글로벌 무대에서 좋은 성적으로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 역시 또 하나의 애국인 셈이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