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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 배상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전반 9홀까지 2위와 4타차를 유지하면서 여유있는 우승을 예고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티샷이 흔들렸다.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하면서 보기가 연이어 나왔다. 2위에게 2타차까지 쫓겼다. 17번홀(파4)에서 두번째 샷은 핀을 넘어 그린 프린지와 러프의 경계에 떨어졌다. 만약 보기를 범할 경우 18번홀에서도 위기에 몰릴 수 있는 상황. 2위로 끝낸 호주의 스티븐 보디치는 연장전을 기대하며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17번홀에서 무조건 파로 막아야 했다.
핀까지 거리는 4m. 퍼터를 잡기엔 공이 러프에 잠겨 있었다. 핀까지 거리가 짧아 정상적인 어프로치샷을 하기에도 부담스러웠다. 자칫 거리 조절에 실패할 경우 파퍼트가 어렵기 때문. 한참 동안 캐디와 상의를 한 배상문은 샌드웨지를 선택했다. 그런데 어프로치샷이 아니었다. 웨지의 날을 이용해 퍼팅처럼 공을 굴렸다. 스포츠조선 칼럼니스트인 이경철 숙명여대 교수는 "이런 경우 샌드웨지의 리딩 에지를 볼의 중간에 가져다 대고 마치 퍼팅 스트로크하듯이 하면 실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활용한다면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배상문은 이번 대회에서 신형 드라이버 덕을 톡톡히 봤다. 배상문은 시즌 직전 캘러웨이의 '빅버사 베타'로 바꿨다. 미국에선 빅버사 V-시리즈로 불린다. 지난해 배상문의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88.5야드로 이 부문 랭킹 98위였다. 하위권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99.4야드로 26위였다. 지난 시즌보다 10.9야드나 늘었다. 이번 대회 평균치(294.6야드)보다도 약 5야드가 더 길다. 종전 쓰던 제품보다 무게가 가벼운 이 드라이버에 대해 배상문은 "묻어가는 느낌이 좋고 드로 구질로 인해 거리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