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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잡는 아마추어 리디아 고, 어떻게 성장했나?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3-08-28 09:35


아마추어 골퍼 리디아 고(16·한국이름 고보경)는 '프로 잡는 아마추어'로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다.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는 26일(한국시각)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다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15세의 나이로 우승, LPGA 투어 역대 최연소 챔피언이 된 리디아 고는 대회 2연패에 성공하며 프로 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뽐냈다. LPGA 투어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2승을 거둔 것은 리디아 고가 처음이다. 리디아 고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19위에서 7위로 뛰어올랐다. 리디아 고는 캐나다여자오픈에서 2승, 유럽투어 뉴질랜드여자오픈, 호주투어 뉴사우스웨일스 오픈 우승을 포함해 프로 대회에서 4승을 수확했다.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 국적을 갖고 있지만 태어난 곳은 서울이다. 월드컵 축구로 대한민국이 들썩이던 지난 2002년. 실내골프연습장에서 어머니 현봉숙씨의 스윙을 가만히 지켜보던 다섯 살 리디아 고는 어린 나이지만 골프에 흥미를 보였다. 그렇게 시작한 골프. 뛰어난 감각으로 천재성을 보인 리디아 고에게 레슨 프로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머니는 재능을 키워주고 싶었다. 그리고 2003년 뉴질랜드 이민길에 올랐다. 어머니는 캐디를 자청하는 등 본격적인 '골프 마미'의 길로 들어섰다.

리디아 고는 어머니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11세 나이로 뉴질랜드 아마추어골프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8월에 열린 US여자아마추어골프대회를 우승하면서 세계 아마추어랭킹 1위로 우뚝 섰다. 또 지난 22일엔 영국왕실골프협회가 수여하는 매코맥 메달을 3년 연속 수상했다. 매코맥 메달은 명예의 전당에 오른 마크 매코맥의 이름을 딴 메달로 매해 시즌이 끝난 뒤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아마추어 선수에게 수여한다.

그렇다면 아마추어인 리디아 고는 언제쯤 프로로 전향할까. 실제로 아마추어라서 손해(?)를 보고 있다. 프로 대회에서 무려 4승을 올렸지만 수입은 0원이다. 골프 규칙에는 '아마추어는 상금 또는 상품을 받을 수 없다'고 돼 있다. 리디아 고가 우승하는 대회에서는 준우승자인 프로 선수가 우승 상금을 가져갔다. 이번 캐나다여자오픈에서도 2위를 차지한 카린 이셰르(프랑스)가 30만 달러(약 3억3000만원)를 챙겼다.

리디아 고가 가져가지 못한 우승 상금은 총액은 얼마일까. 4개 대회 우승 상금을 모두 합하면 총 66만 달러에 이른다. 한화로 약 7억3458만원이다. 만약 리디아 고가 프로로 전향한다면 엄청난 부를 거머쥘 수 있다. 아마 신분 때문에 받지 못한 우승 상금 66만 달러는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리디아 고는 메인 스폰서와 서브 스폰서, 용품 계약,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등으로 1년에 수 십 억 원을 벌어들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리디아 고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승 기회는 앞으로도 더 있을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프로 전형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적절한 때에 하려고 생각 중"이라며 "부모님과 뉴질랜드 골프 관계자들과 잘 상의해서 정하겠다"고 답했다. 또 "16세는 아직 그런 결정을 하기에는 어린 나이"라며 "프로가 된다면 매 샷이 돈으로 계산되는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인 만큼 좋은 결정을 내리겠다"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신분이다 보니 정해진 캐디가 없이 대회 때마다 지역 캐디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번 캐나다오픈에서는 대회장인 로열 메이페어 골프장에서 20년 넘게 회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브루스 맥밀런에게 골프백을 맡겼다. 베테랑인 맥밀런은 경기를 마친 뒤 "리디아 고가 어리지만 그의 골프 실력에 경외감을 느낄 정도였다"고 극찬했다. 그는 "리디아 고처럼 경기 템포와 스윙이 일정하고 꾸준한 선수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교포인 리디아 고는 한국 골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고보경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그는 "나도 박세리 선수가 US오픈에서 처음 우승할 때의 장면을 여러 번 돌려봤다"며 "영감을 받았고 한국 선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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