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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의 여왕' 박인비도 63년만에 세운 대기록 앞에서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여자골프 역사에 이름을 올린 순간, 부모님과 약혼자가 함께 해 기쁨이 두 배였다.
박인비는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을 하게 돼 영광이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대기록을 세운) 나 자신에게 먼저 스스로 칭찬을 해주고 싶다"며 우승의 기쁨을 한껏 누렸다. 대기록의 숨은 공신은 우승을 곁에서 지켜본 가족이었다. "아침에 엄마가 끓여준 감잣국과 두부조림을 먹은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박인비는 어머니 김성자씨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다. 대회마다 옆에서 힘이 돼주고 조언도 아끼자 않는 약혼자도 챙겼다. 박인비는 "약혼자이기 이전에 스윙 코치이고 친구다. 많은 도움이 된다. 심리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종라운드에서 흔치 않게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다. 버디는 2개에 그치고 보기를 4개나 적어내며 2타를 잃었다. 하지만 우승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챔피언조의 동료들도 함께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는 "보기를 했을 때 정말 실망했다. 오늘 퍼팅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나 US여자오픈 골프 코스는 보기를 하도록 만들어진 코스다. 내가 보기를 했을 때 (함께 라운딩한) 김인경 선수도 보기를 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세간의 관심은 그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쏠려 있다. 남은건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컵 뿐이다. 박인비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시즌 초반의 목표가 더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일단 올해의 선수상을 받고 싶다.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해 (기록에) 도전할 기회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대해서는 주변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말을 아꼈다. 그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위해 브리티시오픈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지만 그것에 대한 생각을 지금부터 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했다. US여자오픈 생방송 중계를 맡은 NBC TV와의 우승 인터뷰에서도 그랜드슬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손사래를 치며 "이제 그랜드슬램 그만 얘기하세요"라며 사정하는듯한 표정을 지어 웃음을 자아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