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 골퍼' 애덤 스콧(33)이 호주 국민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스콧은 15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파72·7435야드)에서 끝난 올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제77회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스콧은 호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마스터스의 상징이 된 그린 재킷은 지난 1949년부터 등장했으며 우승자는 이 그린 재킷을 입고 시상식에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도 첫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한 스콧은 우승 상금으로 144만 달러(약 16억원)를 받았다.
스콧은 '백상어' 그렉 노먼의 뒤를 잇는 호주의 간판 골퍼다. 세계랭킹 7위 스콧은 미국 네바다주립대학 재학 시절부터 타이거 우즈(미국)의 스승 부치 하먼의 가르침을 받았다. 키 1m83에 몸무게 82㎏로 우즈와 비슷한 체격에다 같은 코치 밑에서 배워 우즈와 매우 흡사한 스윙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았다. 우즈를 견제할 대항마로 떠오르기도 했다.
우승은 없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늘 성적은 좋았다. PGA 투어 통산 8승을 올린 스콧은 메이저 4개 대회(마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에서 15위 밖으로 떨어져본 적이 없다. 마스터스 공동 8위, US오픈 공동 15위, 디오픈 단독 2위, PGA 챔피언십 공동 11위로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브리티시 오픈에선 4라운드에서 14번홀까지 4타차 단독선두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목전에 뒀지만 이후 저주에 걸린 듯 네 홀 연속 보기로 무너졌다.
스콧은 우즈와 13년을 함께 하며 그의 메이저 14승 중 13승을 도운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와 2011년부터 호흡을 맞추면서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스콧은 윌리엄스를 전담 캐디로 고용한 뒤 한 달 만에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에 생애 첫 메이저 우승까지 합작했다. 스콧과 함께 '킹 메이커' 캐디 윌리엄스의 주가도 오르게 됐다.
PGA 투어에서 대표적인 꽃미남 골퍼로 인기가 높은 스콧은 지난 2010년에는 테니스 선수인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와 교제하며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스콧은 각종 스캔들로 얼룩진 우즈와 비교되면서 '신사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성격 또한 온순하고 차분해 '젠틀맨'으로 통한다.
지난 2005년 한국을 방문한 스콧과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후원사인 버버리가 한국에 골프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홍보 차원에서 방문했다. 고교 시절 한국 유학생과 사귄 경험이 있다는 스콧은 한국 문화에 친숙했다. 한국 음식도 좋아했고, 젓가락질도 잘 했다. 당시 그는 "94년엔 크리스마스때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투어 생활에 대해 스콧은 "투어에만 몰두하지 않고 세계를 돌면서 경험을 풍부하게 쌓고 싶다"고 했다. 선수들의 골프장 밖에서의 생활도 재미있게 이야기 한 바 있다. 그는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파티를 좋아한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다"며 "가르시아와 다니면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며 환하게 웃었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여주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열린 유럽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에 출전한 스콧을 다시 만났다. 그는 7년전 인터뷰를 기억하고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20대 애띤 모습은 사라지고 30대의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다. 두번째 만남 이후 꼭 1년만에 그는 마스터스 챔피언에 등극해 남다른 감회를 선사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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