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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의 귀환' 신지애, 늘어난 비거리로 메이저 제패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09-17 15:34 | 최종수정 2012-09-17 16:12


신지애

'지존'의 귀환이다. 신지애(24·미래에셋)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개 대회 연속 우승과 동시에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예전의 위용을 되찾았다. 흔들림은 없었다. 지난 주말 치른 1박2일간의 9차 연장전, 우천 순연으로 치른 하루 36홀 강행군, 코스에 불어닥친 강한 비바람도 '지존의 귀환'을 막지 못했다. 이날 신지애가 세운 9타차 우승은 브리티시여자오픈이 2001년 메이저대회로 승격된 이후 최다 타수차 우승이다. 2004년 카렌 스터플스(영국)가 세운 5타차를 훌쩍 뛰어 넘었다. 2010년 11월 미즈노 클래식 이후 1년10개월간 우승컵이 없었던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신지애는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메이저 통산 2번째 우승과 동시에 박세리(35·KDB금융·통산 25승) 이후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LPGA 투어 통산 10승째를 올렸다.

2년간 잊혀졌던 '지존'

신지애는 2008년 LPGA 투어 초청선수로 이 대회 정상에 올라 세계 여자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09년 3승을 올리며 루키시즌에 상금왕 다승왕 신인왕 등 3관왕을 달성한 그는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2011년까지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1년 스윙 코치(스티브 맥라이)와 캐디(딘 허든)를 모두 바꾸며 '변화'를 택한 것이 2년간 시련의 원인이 됐다. 바뀐 스윙폼에 적응하느라 허리에 부상이 왔다. 신지애는 "새 코치에게 배운 스윙이 몸에 맞지 않아 허리에 무리가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왼손바닥 부상으로 지난 5월 수술을 하는 등 부상과 부진으로 지난 2년여간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지존'의 추락에 '한물 갔다'는 비아냥이 일었다. 최나연(25·SK텔레콤)과 청야니(23·대만)가 주도한 LPGA에서 그는 잊혀진 존재가 됐다. 부상도 있었지만 '헝그리 정신'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그를 괴롭혔다.

부상 털어낸 뒤 늘어난 비거리

손바닥 뼈조각 제거 수술 후 지난 7월 필드에 복귀한 그는 좌우 팔의 근육 밸런스를 맞추는 훈련에 집중했다. 고통의 나날을 보냈지만 오히려 재활은 팔 근육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신지애는 "왼팔은 수술로 파워가 많이 떨어졌었다. 오히려 오른팔만 사용하다보니 오른팔의 힘이 더 강해졌다. 수술 이후 왼쪽 근육량을 늘려 좌우 밸런스를 맞추는 집중했다"고 밝혔다. 지난 2개월여간 피나는 훈련 끝에 밸런스가 맞춰졌고 샷감을 재조준했다. 통증이 없어지다보니 마음껏 스윙했다. 비거리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올시즌 신지애의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242야드. 투어 전체 125위다. 그러나 브리티시오픈 1,2라운드 평균 드라이브는 260야드에 이르렀다. 투어 평균 20위권의 성적이다. 드라이버 샷의 정확도는 원래 LPGA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 올시즌 페어웨이 적중률은 82.8%로 랭킹 3위, 그린적중률도 73.5%로 랭킹 5위다. 늘어난 비거리에 정확한 아이언샷을 바탕으로 신지애는 브리티시오픈에서 유일하게 언더파 스코어(9언더파 279타)를 내며 우승을 차지했다. 신지애는 "이번 우승으로 나에게 많은 변화가 올 것 같다. 지난해와 올해 나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모두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 이제 새로운 시기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캐디와 '환상의 호흡'

지난주 킹스밀 챔피언십에 앞서 신지애는 캐디를 교체했다. 지난 7월 프랑스에서 열린 에비앙 마스터스대회부터 눈여겨보던 캐디인 플로리앙 로드리게스(23)였다. 프랑스 에비앙 출신인 그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주로 활동해왔지만 킹스밀 챔피언십을 앞두고 신지애의 러브콜을 받아 그의 가방을 들게 됐다. 부상에서 서서히 회복하며 심리적 안정이 필요했던 그에게 로드리게스는 '환상의 짝궁'이었다. 평소 신지애는 라이를 스스로 보는 만큼 코스에 대한 조언보다 편하게 라운드를 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캐디가 필요했던 것. 신지애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로드리게스에게 프랑스어를 배우는 재미에 빠져 있다고 한다. 마음이 편해진 신지애는 첫 호흡을 맞춘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거머쥔데 이어 브리티시오픈까지 우승하며 새 캐디와 2전 2승의 100% 승률을 기록하게 됐다.

로드리게스도 로또에 맞은 기분일 것 같다. 신지애는 킹스밀 챔피언십 우승상금(19만5000달러)에 브리티시대회 우승상금(41만8825달러)까지 2주만에 약 61만달러(약 6억8000만원)를 수확했다. 캐디는 보통 상금의 10%를 받는다. 로드리게스도 덩달아 2주만에 거액을 손에 쥐게 됐다. 신지애는 "새 캐디와 함께 하는 게 행복하다. 나보다 한 살 어린데 내가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다"며 캐디에게 공을 돌렸다.

주변 여건도 안정을 찾는데 큰 도움을 줬다. 신지애는 지난 2년간의 부진으로 심적으로 고통을 겪은뒤 일본 출신의 심리치료 상담사에게 치료를 받았다. 신지애는 "3번 정도 만났는데 또 그를 만나고 싶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때마다 '너 자신을 믿으라'는 말을 많이 해줬다. 그 이후 내 자신을 믿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주 킹스밀 챔피언십을 앞두고 부친이 미국을 찾은 것도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됐다. 신지애는 18일 한국으로 귀국해 당분간 휴식을 취한다. 일본 미야자키 훈련 계획도 있다. 신지애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성대한 '우승 기념 파티'를 열어 '지존'의 금의환향을 알릴 예정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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