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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외부인사 암초에 걸린 한국 남녀골프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1-11-29 13:34


한국 남자프로골프(KPGA)와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가 동병상련이다. 수장이 없다. 외부인사 영입을 일찌감치 공표했지만 적임자도 찾을 수 없다.

답답한 흐름도 같다. 남녀 골프 모두 회원(프로골퍼) 출신의 협회장이냐, 외부 인사냐를 놓고 지난 몇 달간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결과는 외부인사 영입 쪽으로 기울었지만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협회 내부 알력 다툼과 헤게모니 장악 암투가 표면화되면서 여기저기 생채기만 남았다. 서로 대의를 저버리고 논공행상에만 논독을 들인다고 핏대를 세운다.

남자골프는 지난주 회장 선거에서 이명하 후보가 최상호 전 KPGA 수석 부회장을 꺾고 회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이명하 당선자가 데려오겠다던 류 진 풍산 회장은 고사하고 있다. "KPGA 협회장에 뜻이 없다"는 공식 보도자료를 냈고, 이 후에도 남자골프계의 러브콜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 당선자측은 다른 외부인사는 염두에 두지 않고 류 회장을 모시기 삼고초려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사실 다른 외부인사도 마땅치 않다. 연간 수십억원의 자금 뿐만 아니라 대회 주최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회원들에게 욕을 먹는 자리다. 재계 인사들 사이에선 KPGA 협회장이 대단한 자리도 아니고, 골치만 아프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여자골프는 어디서 부터 실타래를 풀어야할 지 모를 지경이다. 법원에서 임명한 회장대행이 협회를 이끌고 있고, 법원 결정에 따라 지난 28일 임원을 먼저 선출했다. 강춘자씨가 수석 부회장, 부회장에 이영귀, 전무이사에 김경자씨가 선출됐다. 이들 프로출신 임원들이 향후 외부인사 영입 작전을 펼치게 된다. 절차가 불가피했다고는 해도 이런 모양새면 새로 오는 수장은 '바지 회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틀을 짜 놓고 여기에 맞추겠다고 하면 혁신과 변화는 물건너 간다. 또 임원들이 자신들의 기호에 맞는 회장을 영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원 선출 가정도 평탄치 않았다. 총회 절차 문제를 야기시켜 KLPGA를 혼란에 빠뜨렸던 강춘자 전 부회장의 재출마를 두고 선수협의회에서 문제제기를 했다. 대의원들의 투표로 임원들이 선출됐지만 주도권을 놓고 벌어진 파벌 싸움은 큰 후유증을 남겼다.

남녀골프의 이같은 혼란은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 때문에 생겼다. 프로골프협회는 프로골퍼들의 모임이다. 수장은 프로 골퍼가 맡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협회가 팽창하고 팬들이 늘어나고, 회원들의 요구사항이 많아졌다. 골프 문화 저변 확대까지 협회 활동 범위가 커졌다. 할 일이 많아지자 얼마전까지 외부인사(주로 기업인)가 회장을 맡았다. 이 역시 내부 구성원들이 원했다. 프로들의 가장 큰 관심은 대회 개최다. 대회를 여는 것은 기업이 움직여야 가능하다. 그래서 기업 총수들이 회장을 맡았고, 이번에도 외부인사 영입 목소리가 과반을 점했다.

한국 남녀 골프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남자 골프는 투표 과정에서의 감정싸움 앙금이 가시지 않았다. 여자 골프는 외부인사 영입 내부의견조율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외부인사 영입 잡음을 없애려면 해결책은 하나다. 이번에 투표로 당선된 사람들의 백의종군이다. 외부인사를 데려올 때마다 외부인사보다는 데려오는 내부 인사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내부 사람이 '호가호위'한다는 시각이다. 지금까지 이런 불행이 되풀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남자 골프는 이명하 당선자나 이 당선자와 한 배를 탔던 한장상 고문의 향후 역할을 두고 논란이 많다. 이들이 새 회장 뒤에서 협회에 압력을 가하려 한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는다.

여자 골프는 구옥희 전 회장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강춘자 수석 부회장이 몇몇 측근들과 함께 사실상 권력을 쥘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협회가 바로 서려면 이들이 마음을 비워야 한다. 수장으로 누가오든 선결과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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