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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을 사이에 두고 최나연과 청야니는 묘하게 오버랩됐다. 최나연은 국내에서 열린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홈팬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었다. 하지만 청야니는 강했다. 오히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청야니는 우승, 최나연은 준우승을 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말레이시아 대회에서 최나연은 보기좋게 청야니를 2위로 밀어내고 우승컵을 안았다. 말레이시아에서 청야니는 최고 인기스타였다.
둘의 신장은 1m68로 같다. 동양인 여성으로 큰 편은 아니지만 LPGA 투어 골퍼로 장신도 아니다. 그래도 멀리치는 이유는 정확한 볼 스트라이커이기 때문이다. 파세이브보다는 버디를 노리는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둘의 준우승 인터뷰에는 공톰점이 있었다. 승부사가 익혀야할 세 가지가 녹아있다. 승부에 대한 인정, 최선을 다한 만족감, 그리고 패배로부터 배우는 진화다.
최나연은 청야니가 우승했을 때 "현재로선 청야니를 필적할 선수가 없다. 나는 100% 최선을 다했다. 지금은 청야니가 최강자"라고 말했다. 사임다비 말레이시아 대회에서 우승 한 뒤에야 최나연은 "지난주 많은 것을 배웠다. 야니가 쫓아와 긴장됐지만 나 자신의 게임만 하자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고 말했다.
장군 멍군을 주고받은 청야니는 우승컵을 빼앗긴 뒤 "최나연이 너무 완벽했다. 막판 집중력이 대단했다. 마지막날 6타만 줄이자고 했는데 나는 내 할 일을 다했다. 만족한다. 2위도 괜찮다. 다음주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어리지만 세계랭킹 1위다운 사고의 폭이다.
지난해부터 둘은 또 다른 발전을 꾀하고 있다. 최나연은 정신력이 다소 약하는 평가를 뛰어넘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 능력을 키웠다. 무모할 만큼 공격적인 청야니는 지킬 때는 지키는 여유를 지니면서 더 강해졌다. 지난해 상금왕 최나연, 올해 LPGA 여제 청야니. 둘의 승부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