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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포기하고 한일전 출전선택한 양용은 이야기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1-05-03 11:27 | 최종수정 2011-06-27 19:17


◇양용은. 사진 제공=YE스포츠


'야생마' 양용은(39)이 남자골프 한일국가대항전(7월 1일 개막·경남 김해 정산골프장)에 출전한다. 초청료도 없고, 공식 상금도 없다. 그를 데려오는 것이 힘들거라 예상했는데 최고 선수가 합류한다는 소식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함박웃음을 짓고있다.

국가대표라는 자긍심을 소중히 여기는 의지가 돋보이지만 양용은은 엄연히 상금을 목적으로 대회에 출전하는 프로골퍼다. 특히 같은 기간 주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도 있다.

양용은의 출전 배경에는 국가를 대표한다는 의무감과 함께 끈끈한 '인연'이 있었다.

한일국가대항전인 '밀리언 야드컵'은 KPGA 자회사인 한국프로골프투어(KGT)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가 야심차게 준비하는 대회다. 한국프로골프투어의 실무책임자인 송병주 운영국장(37)은 양용은의 절친한 후배다. 프로골퍼 출신(1998년 KPGA 입회)인 송 국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양용은과 동고동락했다. 해외 생활을 오래 해 영어에 능통한 송 국장은 2000년대 초 양용은의 아시아 투어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통역과 비행기 예약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양용은은 송 국장을 친동생처럼 여겼다.

2009년 6년 만에 한일국가대항전 부활을 막후에서 조율했던 송 국장은 양용은에게 출전을 부탁했고, 양용은은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PGA 투어 플레이오프와 스케줄이 겹치는 등 말 못할 사정으로 그는 한국에 오지 못했다. 송 국장의 양용은 모시기 시도는 올해 초에도 이어졌고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던 양용은은 고민없이 출전하겠노라고 했다.

사실 올해는 선수 입장에서 보면 사정이 더 나쁘다. 1년 만에 한일국가대항전은 '밀리언 야드컵'으로 격상되고, 상업적인 타이틀 스폰서도 배제됐다. 초청비를 줄 수 없다. 상금도 일본 대지진 피해자 구호성금으로 전액 기부된다. 양용은에게 금전적인 이익은 제로다.

2009년 PGA챔피언십 우승자인 양용은은 타이거 우즈를 상대로 메이저 대회에서 역전승을 거둔 유일한 선수로 골프 역사에 새겨져 있다. '거물' 양용은을 국내대회에 초청하려면 30만달러(약 3억3000만원) 이상을 초청료로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양용은은 같은 기간 PGA 투어 AT&T내셔널까지 포기하고 한국행을 택했다. AT&T내셔널은 2009년 양용은이 공동 22위(22위 상금 6만8000달러·약 7500만원)를 기록했던 대회다.


양용은이 출전을 결정한 첫번째 이유는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이다. 양용은은 2004년 제1회 한일국가대항전에서 연장전 승부끝에 대한민국에 승리를 안긴 주역이다. 또 지난해 후배들만 내보낸 뒤 일본에 지는 장면을 지켜보며 가슴 아팠던 터였다. 양용은은 "1년 만에 시원하게 복수해 주겠다"며 그다운 소감을 밝혔다.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양용은의 됨됨이다.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힘든 순간 함께 했던 동료에 대한 마음은 10년 세월에도 변하지 않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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