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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33세 조현우(울산)에게 2024년은 더할 나위 없는 '찬란한 빛'이었다. 새해 벽두부터 비상했다.
카타르아시안컵에서 '1번 옵션' 김승규(34·알샤밥)가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두고 쓰러졌다. 훈련 중 오른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김승규는 수술을 위해 급거 귀국했고, 조현우가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이어 다시 국가대표팀 주전 수문장 자리를 꿰찼다.
3월 1일 문을 연 긴 호흡의 K리그1에서도 마침내 갈증을 해소했다. 조현우는 지난달 29일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4 대상 시상식'에서 데뷔 후 늘 꿈꾼 '별 중의 별'인 MVP(최우수선수)에 뽑혀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사실 예약된 정상의 자리였다. 울산 HD는 2024시즌 마침내 '왕조의 문'을 열었다. 창단 후 첫 K리그1 3연패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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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는 MVP 후보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는 감독 8표, 주장 7표, 미디어 75표를 받았다. 합산 63.36점으로 안데르손(수원FC·20.26점)과 양민혁(강원·16.38점)을 따돌렸다. MVP 뿐이 아니다. 2017시즌부터 8회 연속 K리그1 베스트11 골키퍼 부문을 수상하는 대기록을 썼다. K리그2(2015, 2016시즌)를 포함하면 10회 연속 수상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지만 조현우는 한결같은 활약으로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기록은 더 대단하다. 그는 올 시즌 A매치 중동 원정을 오가는 살인 일정에서도 1부와 2부 통틀어 유일하게 K리그 전 경기(38경기)에 출전했다. 최소 실점(40실점)도 그의 훈장이다. 클린시트(무실점)도 무려 14경기였다. 이 가운데 8차례가 울산이 1대0으로 승리한 경기였다. 조현우는 2008년 수원 삼성 시절 이운재(현 베트남 국가대표팀 코치) 이후 16년 만에 골키퍼 포지션에서 역대 두 번째 MVP를 거머쥐었다. 또 'EA SPORTS' FC 유저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도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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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아니었다. 그는 감격을 뒤로하고 코리아컵 포항과의 결승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를 치른 후 중국 원정길에 올랐다. 피날레는 더없이 감격이었다. 울산은 4일 상하이 선화와의 2024~2025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6차전서 2대1 역전승하며 '지각' 첫 승을 신고했다. 조현우가 신들린 특급 선방으로 중국을 '무장해제' 시킨 끝에 거둔 열매였다. 상하이 선수들이 아연실색할 정도로 만화같은 활약을 펼쳤다.
조현우는 올 한해 울산의 K리그, ACL, 코리아컵과 국가대표팀 A매치에서 총 68경기를 소화했다. 국내는 설명이 필요없고, 세계적으로도 몇 안되는 경기 출전 기록이다.
"언제든지 공이 와도 막을 준비는 돼 있다. 내가 막은 것도 분명 있겠지만 선수들이 앞에서 최선을 다해서 뛰어줬다. 큰 부상이 나오지 않아 다행이다. 내년에는 더 강한 모습으로 경기장에서 뵙겠다." 상하이전을 끝으로 2024년을 마감한 조현우의 남다른 품격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