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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1980년대엔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에서 뛰며 유럽 무대도 경험한 허 전 감독은 지도자로 프로팀과 국가대표팀을 두루 이끌었다.
특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2013∼2014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시작으로 행정가에 변신해 2015∼2019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를 거쳐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으로 일했다.
허 전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는 흔들리고 있다.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면서 "대한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 체계는 급기야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축구협회는 전임 회장님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많은 발전을 이룬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오늘날 불투명하고 미숙한 행정의 연속,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으려는 부끄러운 행동으로 협회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대한민국 축구는 퇴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추락을 멈춰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우리 축구를 다시 살려내는 데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 대한민국 축구의 100년을 만드는 '유쾌한 도전'을 시작하겠다"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으로 축구협회를 개혁하겠다"는 출사표를 냈다.
허 전 감독은 축구계 문제를 해결을 위한 키워드로 '동행', '공정', '균형', '투명', '육성'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협회의 열린 경영과 활발한 소통,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한 의사결정, 팬들의 참여를 보장할 조직과 문화 조성 등의 공약을 내놨다.
국가대표 감독을 포함한 지도자와 선수 선발, 각종 계약 체결 등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등이 독립적으로 운영해 협회장이나 집행부의 입김을 차단하겠다고도 했다.
허 전 감독은 최근 비판받는 국가대표 사령탑 선임 시스템에 대해서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하루아침에 급속히 모여서 결정하지 않고 장기간 검증하고 지켜보며 협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어 "국제경험이 풍부한 축구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새로운 행정 리더로 양성해 세대교체를 이루는 징검다리가 되겠다"면서 "똑똑하고, 해외 경험 있고, 유능한 후배 축구인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특히 박지성이나 이영표 등 협회 행정 경험을 지닌 후배들이 향후 반드시 행정에 참여해야 한다며 "이전엔 주도적으로 끌고 나갈 분위기가 아니었던 걸로 아는데, 이런 인재들이 들러리가 아닌 실제로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라고도 했다.
이밖에 허 전 감독은 지역협회의 창의성과 자율성 보장, 체계적인 지도자 육성 및 선임 시스템 마련, 축구 꿈나무 육성과 여자축구 경쟁력 향상 등도 과제로 언급했다.
축구 현장을 속속들이 아는 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은 그는 한국 축구를 위해 '비즈니스맨'이 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야구의 허구연 (KBO) 총재가 취임해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그분도 기업의 총수가 아니지 않느냐"면서 "허구연 총재 못지않게 해낼 자신이 있다. 발로 뛰며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천안축구종합센터는 너무 급하게 추진된 것 같다"면서 "지금이라도 파주시와 협의해 기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를 살려야 한다. 천안 센터가 지어지더라도 '투트랙'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허 전 감독은 내년 1월 8일 예정된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첫 번째 인사다.
4선에 도전할 걸로 예상되는 정몽규 현 회장은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12월 25일부터 사흘간 후보자 등록이 진행되며, 내년 1월 8일 선거 이후 1월 22일 정기총회부터 새 회장의 임기가 시작된다.
song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