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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구단이 나서서 해결할 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 축구팬은 두 번 분노했다. 첫째로는 '국가대표팀 에이스'인 손흥민(32)이 토트넘 홋스퍼의 동료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모욕을 당했기 때문이다. 손흥민과 친한 사이로 알려졌던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27)는 지난 15일 우루과이 축구 프로그램인 '포르 라 카미세타'에 나와 손흥민의 유니폼을 받아달라는 진행자에게 "쏘니(손흥민 애칭)나 쏘니 사촌이나 모두 똑같이 생겼다. 아무거나 갖다 줘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인의 외모가 서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건 전통적인 서양인의 동양인 비하 발언이다. 벤탄쿠르가 팀 동료이자 주장인 손흥민에게 충격적인 인종차별 발언으로 모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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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국내 팬들의 반응에 아랑곳없이 토트넘 구단은 앞으로도 이 문제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을 듯 하다. 토트넘 관련 소식에 정통한 피터 오 키프 기자는 SNS를 통해 '벤탄쿠르 사태와 관련해 클럽이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 '토트넘 관계자들은 지금 다 나가있다'면서 '구단이 개입한다고 해도, 공식 발표를 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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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토트넘의 입장을 정확히 표현하면 '철저한 중립기어 모드'다. 좀 더 세분화해 표현하자면 이번 사태를 '인종차별'이 아닌 '선수간 분쟁'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웨스트햄전 때와 달리 적극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당시에는 외부의 공격(인종차별 행위)으로부터 내부 선수(손흥민)를 보호해야 한다는 확실한 명분이 있었다. 전쟁을 불사하고 달려드는 게 정상이다. 실제로 그렇게 했고, 잉글랜드 축구협회(FA) 차원에서도 이 사태에 개입해 손흥민을 위로했다.
하지만 이번 건은 좀 다르다. 벤탄쿠르가 비록 인종차별적 뉘앙스가 담긴 발언을 했지만, 손흥민을 모욕하려는 의도라기 보다는 무지와 경솔함에서 비롯된 '실수'로 볼 수 있다. 특히 둘 사이가 평소에 친했기 때문에 '선 넘는 농담'을 한 것으로도 이해될 측면이 있다. 벤탄쿠르도 즉각적으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손흥민에게 사과했다. 손흥민을 '형제'라고 표현한 점도 주목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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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벤탄쿠르에게 동료 모욕 등으로 제재를 가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을 게 별로 없다. 이미 쿨하게 넘긴 손흥민의 기분이 더 나아질 리도 없다. 오히려 팀 케미만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 내부 경고나 선수간 대화 주선 등의 차원에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 토트넘을 비겁하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순간, 일이 더 꼬일 여지가 많은 사건이다. 손흥민도 이런 상황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