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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시원하게 펼쳐진 녹색 필드에서 '승부에 연연하지 않는' 낯선 동해안 더비가 열렸다.
홍 감독과 박 감독은 이후 엎치락뒤치락 선두 경쟁을 펼쳤다. 축구인 골프대회를 앞둔 지난 주말 희비가 갈렸다. 포항이 지난 1일 김천 원정에서 1대3으로 패하고, 울산이 같은 날 홈에서 전북을 1대0으로 꺾었다. 울산이 선두로 올라서고, 포항이 3위로 내려앉았다. 결과에 따른 감정 차가 존재할 법하지만, 두 감독의 표정은 시종일관 밝았다. 필드 위에서의 첫 만남이라 더욱 그랬다. 박 감독은 "홍 감독과 골프를 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정샷' 대결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홍 감독은 박 감독처럼 인연이 깊은 감독과 골프를 치면 신경이 쓰이냐고 묻자 "나, 놀러왔는데"라며 유쾌하게 '탈압박'했다.
화합의 장인 축구인 골프대회의 취지답게 18번홀을 함께 누빈 두 사령탑 사이에서 긴장감과 승부욕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홍 감독은 "나는 3번홀에서 파를 했는데, (박 감독을 가리키며)저긴 (공이)동해안으로 빠졌다"고 '팩폭(팩트 폭격)'을 날렸다. 하지만 이내 두 감독은 서로의 샷 거리를 재주는 등 세심하게 서로를 챙기는 모습으로 훈훈함을 자아냈다. 실제 동해안더비에선 볼 수 없는 모습이다.
홍 감독, 박 감독뿐 아니라 시즌 개막 후 성적 스트레스 속에서 지내는 구단 관계자, 감독들은 잠시 축구공은 잊고 골프공을 치며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최철우 성남 감독은 "올해 처음 축구인 골프대회에 참가했다. 선배 지도자들에게 지혜를 얻어간다. 오길 잘한 것 같다"며 웃었다. 이도현 전북 단장은 "단순 골프대회가 아닌 축구계 화합을 위해 참석했다"며 "행정가, 지도자, 선수 등 다양한 축구계 종사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구창용 제주 대표는 "골프에서 말하는 5C(Cash, Climate, Colleague, Course, Caddie)가 완벽했던 날이다. 좋은 분들 이야기를 듣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용인=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