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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고령 오빠'라 놀려도 '1등'" 33세333일, 비로소 '태극마크 상처' 이야기 한 주민규의 진심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24-03-13 06:10


"와이프가 '고령 오빠'라 놀려도 '1등'" 33세333일, 비로소 '태…
전방으로 패스하는 주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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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고령 오빠'라 놀려도 '1등'" 33세333일, 비로소 '태…

"와이프가 '고령 오빠'라 놀려도 '1등'" 33세333일, 비로소 '태…
울산-전북 경기 지켜보는 황선홍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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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상처가 컸다. 하지만 그는 '상처'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소속팀에서 집중하다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그가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입장이었다.

2021년 22골, 2022년 17골, 2023년 17골, 세 시즌 K리그1에서 무려 56골을 터트렸다. 2021년과 2023년에는 K리그1 득점왕에 올랐다. 하지만 태극마크는 '미지의 세계'였다. 세상이 돌고, 또 돌았다. 파울루 벤투,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의 A대표팀 시대가 저물었다.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가 열렸다.

1990년생 주민규(울산)가 드디어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33세 333일인 11일 A대표로 발탁됐다. 최고령 국가대표팀 승선이라는 새 기록을 작성했다. 주민규는 마침내 그동안 품었던 속내를 드러냈다. 울산 HD는 1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에서 '현대가 라이벌' 전북을 1대0으로 제압했다. 1차전에서 천신만고 끝에 1대1로 비긴 울산은 합계 2대1로 승리하며 4강에 진출했다.


"와이프가 '고령 오빠'라 놀려도 '1등'" 33세333일, 비로소 '태…
4강 진출 기뻐하는 울산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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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고령 오빠'라 놀려도 '1등'" 33세333일, 비로소 '태…
'4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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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날 "기쁘지만 오늘 소식과 무관하게 내일 경기를 잘 치르겠다"고 말했다. 전북전에서 고지를 넘은 후 비로소 미소지었다. "중요한 경기가 있어서 말을 아꼈는데 이겨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 정말 오래 걸렸는데 이제와서 솔직히 이야기하지만 상처도 많이 받았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어떻게 동기부여를 가져가야 되나 생각도 많았다. 그렇게 매 시즌 준비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다 보니 결실을 봐 정말 기쁘다.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 뿌듯하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처음 꺼냈다. 그는 "가족들이 굉장히 많은 상처를 받았다. 나에게 이야기는 안했지만 나는 한두번의 경험이 아니라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자기 자식이 최고라 생각하고, 아내도 남편이 최고라 생각한다"며 "왜 안될까는 상처였다. 굉장히 미안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해 하루, 하루를 버텼다. 버티다보니 좋은 날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규는 이어 "와이프가 '고령 오빠'라고 놀리면서도 '어쨌든 1등이지 않냐'고 해줘서 기분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며 "더 젊을 때 대표팀에 들어갔다면 좋았겠지만, 그땐 내가 부족해 들어가지 못했다. 이 나이에 들어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포기하지 않으니까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축구선수들도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고 불을 밝혔다.


"와이프가 '고령 오빠'라 놀려도 '1등'" 33세333일, 비로소 '태…
홍명보 감독 작전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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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고령 오빠'라 놀려도 '1등'" 33세333일, 비로소 '태…
경합하는 이수빈과 주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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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규는 2013년 2부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주 포지션도 미드필더였지만 2부에서 스트라이커로 보직을 변경했다. 상무 시절 1부를 경험했지만 원소속은 2부였다. 2019년 시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만년 2위' 울산 HD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가 꿈꾸던 세상이 아니었다. 28경기에 출전해 5골-5도움에 그쳤다. 2019년 1부 무대를 밟았지만 이듬해 또 다시 2부행을 선택할 정도로 파란만장했다.

황 감독은 주민규에 대해 "축구는 여러 요소들이 있지만 득점력은 다른 영역이다. 3년간 리그에서 50골 이상 넣은 선수는 전무하고,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민규는 "그동안 어떻게 더 해야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나 '현타'가 오기도 하고 실망도 많이 해서 자신감도 떨어졌는데, 감독님의 말씀을 기사로 보고 인정받아 무척 기뻤다"며 "황 감독님이 현역 시절 굉장히 많은 골을 넣었는데 그 스킬을 이번 기회에 배우고 싶다. 감독님에게 노하우 등 많은 것을 물어볼 생각"이라고 기대했다.


"와이프가 '고령 오빠'라 놀려도 '1등'" 33세333일, 비로소 '태…
설영우 선제골에 기뻐하는 울산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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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고령 오빠'라 놀려도 '1등'" 33세333일, 비로소 '태…
'이건 반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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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시 나이를 지웠다. 두 살 후배인 '캡틴' 손흥민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선수인 손흥민 선수에게도 배울 게 많을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같이 좀 붙어 다니며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웃었다. 그리고 "대표팀 막내라고 생각하고 머리 쳐박고 정말 간절하게 뛸 생각이다"고 다짐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주민규의 대표팀 발탁이 꽤 늦었다. 좀 더 일찍 갔어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계속해서 고배를 마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며 "지금이라도 들어가서 늦은 나이에 태극마크를 단 것은 영광이다. 아직까지 얘기하진 않았지만 편안하게 하고 돌아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울산 문수에 내걸린 플래카드다. 주민규의 아름다운 오늘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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