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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4만명? 5만명? 오라고 해!"
그 중심에는 '캡틴' 손흥민의 '명품 리더십'이 있다. 손흥민은 독일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당시 부상으로 빠진 주장 기성용을 대신해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찼다. 그는 이 경기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했다. 손흥민은 후반 시간 쐐기골을 넣었고, 이 골로 독일은 사상 첫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픔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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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은 경기력만 빛난 것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앞두고 라커룸 미팅에서 "4만명? 5만명? 오라고 해. 나가서 부수고 오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승부차기 때도 기지를 발휘했다. 그는 센터서클로 가 상대 선수와 함께 주심 앞에 섰다. 동전 던지기로 승부차기를 할 골대와 먼저 찰 팀을 정할 차례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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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주심은 골대를 본부석 기준으로 왼쪽 골대에서 승부차기를 진행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중계 카메라가 해당 골대 쪽에 이미 설치돼 있으니 편의상 그쪽에서 진행하자는 의도였다. 그 골대 뒤편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팬들이 앉아있었다. 한국 팬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손흥민이 곧바로 따졌다. 규정대로, 동전 던지기로 골대를 결정하자며 맞섰다. 규정대로 진행하자는 손흥민의 주장에 심판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동전 던지기를 한 결과 승부차기 장소는 한국 팬들이 조금이나마 있는 쪽 골대로 결정됐다. 한국 팬들의 응원 소리를 가까운 곳에서 들으며 골문을 지킨 조현우는 두 차례 '선방 쇼'를 펼쳤다. 손흥민은 첫 키커로 나서 슈팅을 성공했다. 한국은 김영권 조규성 황희찬까지 연달아 슈팅을 성공하며 승리했다.
현장의 전 세계 취재진은 손흥민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일본 기자들은 한 입 모아 손흥민의 리더십을 극찬했다. "팀이 위기에 빠진 순간,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 다시 달릴 수 있게 한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쿠르디스탄, 이란 등 각지에서 모인 기자들은 한 입 모아 "손흥민은 최고의 선수"라며 한국을 부러워했다.
손흥민은 7일 요르단과의 4강전 승리를 정조준한다. 그는 "나라를 위해 뛰는데 힘들다는 것은 큰 핑계이다. 이제 토너먼트에 4개의 팀만 남았다. 하나의 우승컵을 가지고 싸운다. 어떠한 핑계, 힘듦, 아픔 필요없다. 한가지 목표만 가지고 뛰어갈 예정"이라며 이를 악물었다.
도하(카타르)=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