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 본선 축구 여고부 결승에서 세화여고에 1대0 승리를 거두고 서울시 대표를 확정지은 이화여고 결승골 주인공 김예은양과 캡틴 김태은양이 손하트 세리머니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
대한민국 여자축구 현황 출처=FIFA
일본 여자축구 현황 출처=FIFA
미국 여자축구 현황 출처=FIFA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이 개최된 올해, FIFA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여자축구 인구(girls and women playing organazed football)는 1660만명이다. 2019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1336만명에서 4년새 무려 24%나 늘었다. '세계 최강' 미국의 등록선수는 무려 172만명. '준우승국' 잉글랜드는 2019년 18세 이하 등록선수가 7만6625명에서 2023년 20세 이하 등록선수 15만9467명로 2배 이상 늘었다. 이웃 일본의 경우, 20세 이상 등록선수가 4만3589명에 달한다. 한국은 2963명, 대한축구협회(KFA)에 따르면 2023년 4월 기준 전문선수는 1487명, 동호인은 2942명이다. 스포츠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런 저변에서 '3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 어쩌면 기적이다. 스포츠의 힘은 저변이다. 학교에서 공을 차본 소녀들이 선수가 되고, 동호인이 되고, 팬이 된다. 학교체육이 희망인 이유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본선 대회, 축구 여중, 여고부 결승에서 여자축구의 희망을 봤다. 서울시교육청은 대한축구협회와 함께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해 2021년 여중생 축구클럽 '공차소서(공을 차자 소녀들아, 서울에서)'를 시작했다. 권역별 거점학교를 선정, 축구를 하고 싶어도 친구, 공간, 기회가 없어 공을 차지 못했던 소녀들에게 그라운드를 열어줬다. '공차소서' 거점학교 전농중이 첫 출전에서 여중부 첫 우승 신화를 썼다. 여고부 우승팀 이화여고 '캡틴' 김태은양은 '공차소서' 1기 출신이라고 했다. "고등학교에서도 축구를 계속 하고 싶어서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이화여고를 지원했다"며 활짝 웃었다.
이화여고 VS 세화여고의 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 결승전에서 후반 결승골을 터뜨린 김예은과 친구들이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우승팀 이화여고 김예은-김태은양
김보라 서울시교육청 장학사가 이화여고 축구스포츠클럽 선수들에게 우승 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16일, 2023년 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본선 대회를 진행했다. 지정종목 14개, 자율종목 9개를 선정, 스포츠클럽당 50만~100만원을 지원했다. 4~8월 교육지원청별 리그, 9~10월 서울시 본선을 거쳐 11~12월 17개 시도대표가 겨루는 전국대회에 출전한다. 서울시 초·중·고 스포츠클럽 총 1836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축구, 농구, 배구, 연식야구, 배드민턴 등에서 마침내 '서울 대표' 팀이 가려졌다.
축구 여고부에선 김주동 체육교사가 지도하는 '전통의 명문' 이화여고가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세화여고와의 결승전 후반, 0-0으로 팽팽하던 균형을 깨고 센터포워드 (한)가현이의 킬패스를 이어받은 윙어 (김)예은이가 골망을 갈랐다. 주장 (김)태은이와 짜릿한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환호했다. 작년 결승서 졌던 신정고를 준결승에서 3대0으로 꺾고, 결승서 세화여고에 1대0으로 승리하며 서울 대표를 확정지은 태은이와 예은이는 첫 전국대회를 향한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태은이는 "작년에 준우승해서 올핸 꼭 우승하고 싶었다. 아침, 점심, 방과후 다같이 열심히 연습한 덕분에 목표를 이뤘다. 너무 기쁘다"며 미소 지었다. '공차소서' 1기 주장 출신으로서 축구의 매력에 대해 "한 명의 뛰어난 선수가 아닌 11명의 선수가 힘을 합쳐야 이길 수 있는 팀스포츠라는 점"이라고 답했다.
결승골의 주인공 예은이는 "공간을 천천히 보고 때리라는 선생님 말씀대로 침착하게 했더니 골이 들어갔다"며 스승에게 공을 돌렸다. '운동만능' 예은이는 "우리나라 여자축구 저변이 발달이 안돼 있어서 초등학교 땐 남자애들과 축구했고 중학교 땐 혼자 골대 두고 슈팅 연습을 했다. 이화여고에 와서 처음 팀 축구를 하게 됐는데 전국대회까지 갈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며 감격을 표했다.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돼 있다고 해서 이화여고를 지원했다. 배구부 주장을 하면서, 축구, 농구부를 다하고 있다"고 했다. 태은이 역시 "우리학교는 운동과 공부를 같이 하는 게 당연하다. 운동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방과후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진 않을까. 태은이와 예은이는 "처음엔 좀 피곤했는데 운동을 하면 할수록 체력이 강해지더라. 지금은 심야자습까지 거뜬히 해내고 있다. 축구부 생활이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물리학, 생명공학도를 꿈꾸는 예은이는 "대학에 가서 모든 운동 동아리에 다 가입하는 것이 꿈"이라며 웃었다. '전교권' 재원인 주장 태은이는 체육교육과 진학을 목표 삼았다. "체육교사가 꿈이다. 장학사가 돼서 이런 대회를 직접 기획하고, 개최해보고 싶다"고 했다.
서울 전농중 축구스포츠클럽 학생들이 경기전 어깨를 겯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우승팀 전농중이 호명되는 순간 기뻐하는 학생들.
승부차기 골키퍼로 폭풍선방을 펼치며 팀 우승을 이끈 전농중 센터백 한수민양과 열정적인 지도로 첫 출전에 첫 우승 쾌거를 이끈 이재은 전농중 체육교사.
전농중 센터백X승부차기 골키퍼 한수민양
박용관 서울 전농중 교장과 학생들이 우승기를 받은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박용관 전농중 교장, 이재은 체육교사, 박광일 체육교사, 코치 등 전농중 여자축구의 우승을 이끈 스승들이 전국대회 선전을 기원하며 한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전농중 첫 출전, 첫 우승 신화
여중부에선 '열혈' 이재은 체육교사가 지도하는 전농중이 잠실중을 승부차기 혈투끝에 3대2로 꺾고 우승했다. 골키퍼 장갑을 끼고 폭풍선방으로 우승을 이끈 '센터백' (한)수민이는 "승부차기까지 갈 줄 몰랐다. 엄청 떨렸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했는데 첫 슈팅을 막고 나니 확신이 들더라"며 미소 지었다. "월요일마다 방과후 1시간씩, 대회를 앞두곤 매일 아침 친구들과 발을 맞췄다"고 우승 비결을 귀띔했다. 건축가를 꿈꾸는 '전농중 에이스' 수민이도 '공차소서' 멤버였다. "우리 팀 14명 중 절반이 '공차소서'다. 팀워크가 좋아서 우승할 수 있었다. 전국대회서도 이 친구들과 꼭 우승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재은 체육교사는 "작년에 1학년 수업 중 축구가 있었는데 여학생들이 너무 잘 뛰기에 6반 중 8명을 섭외, 팀을 만들었다. 코로나 이후 운동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대회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고, 축구를 통해 이기는 법뿐만 아니라 지는 법을 배우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는데 다들 푹 빠져서 열심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활짝 웃었다. "첫 출전에 우승은 상상도 못한 일"이라고 했다. 여학생들이 축구를 싫어한다는 편견에 일침을 놨다. "정말 기대 이상으로 축구를 좋아하고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아침, 점심 자유시간이 생기면 자발적으로 공을 찬다"고 했다. "'공차소서' 프로그램 공문을 받고, 축구팀 애들에게 '해볼래?'했더니 14명 중 8명이 신청했다. 아이들은 환경만 제공해주면 알아서 한다. 동아리 유니폼을 평소에도 입고 다닌다. 축구부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승 현장에서 응원전을 펼친 박용관 전농중 교장 역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실력이 많이 향상됐다. 이 여학생들이 앞으로도 축구를 사랑하고 계속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지도해주신 선생님, 학생들 모두 감사하다. 지금처럼 좋아하고 즐기다 보면 전국대회도 우승하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시상식 우승, 준우승팀이 서로를 축하하고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함께 사진을 찍는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김보라 서울시교육청 장학사가 아이들의 목에 일일이 메달을 걸어주며 격려했다. 전농중 선생님과 아이들은 금메달리스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목이 터져라 호명하며 "챔피언!"을 외쳤다. '하던 대로 해! 어차피 우승은 최강 전농' 플래카드가 힘차게 나부꼈다.
김 장학사는 "서울시교육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공차소서'도, '학교스포츠클럽'도, '아침운동' 프로그램도 결국엔 하나다. 우리 아이들을 다시 마음껏 달리게 만드는 하는 것이 포인트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이끌어주시는 선생님들의 열정과 노고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