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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젠틀맨! 강원 서포터스.'
이날 경기에 팬들이 화가 나 있기는 했다. 일부 서포터들이 구단 측에 최 감독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흔히 팬들의 집단 행동이 발생하면 '일단 피하고 보자'는 대응을 보였다가 팬심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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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구단이 제공한 당시 동영상을 보면 최 감독과 서포터스의 스탠딩 면담 초반, 긴장감이 감돌기는 했다. 서포터스 회장이 사회자 역할을 맡으며 막상 대화가 시작되자 우려는 잦아들기 시작했다. 현재의 성적 부진과 앞으로 타개책을 묻는 책임 추궁성 질문이 먼저 나오자 최 감독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사과했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최 감독은 "전력 구성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즌을 맞이하는 등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팬들이 원하는 축구를 보여드리지 못했다. 다른 이유를 떠나 저를 비롯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거듭 죄송하다"면서 "여름 이적시장이 되면 전력 보강을 통해 다시 도전할 수 있으니 팬들께서도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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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최 감독은 질문 하나하나에 답변을 하며 팬들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특히 최 감독은 팬들의 지적에 "동의한다"고 먼저 공감한 뒤 "패할 때 패하더라도 실망스럽게 하지 않는 경기력을 펼치도록 모두 반성하고 팬들의 지적을 적용하겠다. 오늘 이런 시간이 보약이 됐다는 생각이 들도록 강원의 원래 모습을 회복하겠다"고 화답했다.
결국 긴장했던 만남의 시간 마지막, 보기 드문 반전이 연출됐다. 서포터스 회장이 "현재 우리가 믿을 것은 최 감독밖에 없지 않은가. 박수로 마무리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자 '최용수 파이팅' 구호와 함께 격려 박수가 터져나왔다. 인사를 나누던 최 감독을 향해 "최용수!"를 외치는 연호가 쏟아진 이날 현장, 감독 호출 '사건'이 아니라 '미담'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