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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a' 더 단단해진 오현규 "4년 뒤 등 번호 달고 WC 나가고 싶은 마음 굴뚝"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2-12-15 10:29 | 최종수정 2022-12-15 10:29


22일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했다. 동료들과 함께 몸을 풀고 있는 오현규. 도하(카타르)=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1.22/

한국과 아이슬란드의 평가전이 11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렸다. 오현규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화성=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11.11/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4년 뒤에는 당당히 명단에 들어 등 번호 달고 (월드컵)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등 번호도 없었다. 공식 사진 촬영을 할 때는 슬그머니 자리를 떠야했다. 한 걸음 떨어져 '26+a' 선수로 카타르월드컵을 경험한 오현규(21·수원 삼성)가 굳은 각오를 다졌다.

오현규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 나설 최종 명단 26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예비 멤버로 카타르에 동행했다. 당시 팀을 이끌던 파울루 벤투 감독은 부상을 입은 손흥민(30·토트넘)의 상태를 고려해 오현규를 데리고 갔다. 결과적으로는 오현규가 최종 명단에 드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오현규는 이번 대회를 통해 그 누구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했다.

오현규는 "모든 선수가 간절하게 준비했다. 실제 경기처럼 항상 준비하는 과정, 진지하게 임하는 태도는 나를 다시 일깨워줬다. '그래서 이 선수들이 국가대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울 점이 많았다. 포지션이 같은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 조규성(24·전북 현대) 형들에게는 좋은 능력이 있다. 의조 형은 슈팅 템포가 빠른 게 큰 장점이다.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장에서 활용할 수 있게 훈련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 최종 명단 발표를 하루 앞뒀던 지난달 11일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홈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후반 27분 조규성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오현규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적극적인 모습은 카타르에서도 계속됐다. 그는 경기 전 '볼보이' 역할을 자처했다. 선수들의 '웜업'을 도왔다. 조별리그 최종전이 끝난 뒤에는 동료들에게 같은 조 우루과이-가나의 경기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오현규의 적극성에 손흥민이 "내게는 월드컵에 함께 한 선수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오현규는 "내가 소외감을 느낄 거로 생각했는지, 형들이 먼저 다가와 주고 말도 걸어줘서 편해졌다. 무서운(?) 김태환(33·울산 현대) 형부터 편히 다가와 줬다. 정말 감사하고 편안하게 즐기다가 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끝나는 게 아쉬웠다. 첫 경기 때는 벤치에만 앉아 있었다. 내가 공이라도 한 번 더 주워주면, 형들이 슈팅을 한 번 더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흰색 생활화를 신고 그라운드에 나섰는데, 나중에 신발이 초록색으로 물이 들었다. 그걸 보고 '그래도 (나도) 열심히 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카타르에서의 소중한 기억은 과거의 일이 됐다. 그는 4년 뒤 북중미월드컵을 정조준한다. 그는 "내가 (카타르에서) 경기를 나가려면 누군가는 다쳐야 하고, 경기에 참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 내 마음이 더 아팠을 것이다. 가 있는 내내 형들이 다치지 않고 대회를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쉬움은 없다. 이렇게 끝난 게 내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더 감사하다. 이 경험이 내게는 또 다른 꿈을 꾸게 해줬다"고 말했다.


오현규는 짧은 휴식 뒤 2023시즌을 향해 달린다. 그는 "나도 득점왕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또 팀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나갈 수 있게, 꼭 상위권에서 이번 시즌과는 다르게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게 하겠다. 내가 '이 정도로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팬들이 과분한 사랑을 주셨다. 받은 만큼 내년엔 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해야 한다. 이번 겨울 더 독하게 준비해서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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