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환이 갑자기 축구계로 돌아오려고 한 게 아니다. 그는 방송인으로 영원하지 않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안정환은 2011년 선수 은퇴 이후 10년 정도 엘리트 축구 무대를 떠나있었다. 그 사이에 아내 이혜원씨와 사업도 했었고, 축구교실도 열었고, 방송 축구 해설가에이어 방송 예능 프로그램까지 발을 넓혔다. '청춘FC' '뭉쳐야 찬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선 지도자로 나서 큰 인기를 누렸다. 한해 수십억원의 돈을 벌고 있다는 얘기도 돌았다. 국내 축구계에선 도저히 만지기 어려운 큰 액수라고 한다.
그의 한 측근은 "안정환은 자신의 방송 일이 영원하지 않다는 얘기를 종종 했다. 계속 지도자 과정을 밟고 싶어했고,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향후 방송 출연을 통한 큰 수입을 포기하더라도 미래 지도자를 위해 돌아올 타이밍이라고 본 것이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내가 아는 안정환은 바로 빅팀의 사령탑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 앞선 선배들처럼 자신을 잘 이끌어줄 수 있는 감독 밑에서 코치로 출발하는 수순을 밟을 것 같다"고 말했다. K리그 팀이든, 해외리그 팀이든, 아니면 국가대표팀이든 가릴 건 없다. 안정환에 앞서 월드컵 4강 히어로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2006년 한국 축구 월드컵대표팀 코치부터 지도자로 출발했다. 당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도왔고, 이후에는 핌 베어벡 감독, 히딩크 감독(러시아 안지 시절) 아래에서 코치로 일했다. 홍 감독은 2009년 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사령탑을 시작했다.
안정환은 한국 축구가 4강 영웅 중 그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블루칩'이다. 그의 상품성은 방송이라는 외도를 통해 더욱 커졌다. '축구인 안정환'에다 '인기 방송인'이라는 날개까지 달았다. 물론 그가 축구계로 돌아와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그 누구도 못한다. 단 안정환의 축구계 컴백은 K리그와 대표팀 등 한국축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효과는 분명할 것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안정환 같은 스타 플레이어가 방송에서 성공을 거두고 축구계로 돌아오는 건 매우 고무적이다. K리그 구단들이 서로 함께 일하고 싶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정환을 잘 알고 있는 한 축구인은 "안정환이 그동안 엘리트 축구계를 떠나 있었지만 예리한 눈을 갖고 있고, 또 사람을 다룰 줄 안다. 지도자로도 선수, 방송 만큼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