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언성히어로' 김문환 "오른쪽이 약점이라는 이야기 듣고 독기 품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2-12-12 16:18 | 최종수정 2022-12-13 06:56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표팀 김문환이 12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12.12/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오른쪽이 약점이라는 이야기 듣고 독기 품었죠."

'16강 주역' 김문환(27·전북 현대)의 속내였다. 김문환은 12년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한 벤투호의 '언성 히어로'였다. 그는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유이하게 4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다르윈 누녜스(우루과이), 조르당 아예우(가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브라질) 등 세계적인 왼쪽 날개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팀의 16강행에 일조했다. 김문환은 12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월드컵에 가기 전부터 이 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 수 있을거라는 것을 알았다. 최대한 많이 즐기려고 노력했고, 후회 없이 뛰려고 노력했다"며 "아쉬운 것도 생각이 나지만, 정말 후회없이 뛰었기에 후회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미국 MLS 등을 경험한 김문환이지만, '월드컵'은 레벨이 달랐다. 그는 "모든게 차원이 달랐다. 내가 마크했던 선수들도 워낙 세계적인 선수들이고, 그래서 한 경기, 한 경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이어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는 전반전만 뛰고 현기증을 느낄 정도였다. 호흡이 안올라 오더라.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그래도 지난 4년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김문환은 "4년 동안 감독님 아래서 준비를 하면서 믿음이 있었다. 우리 축구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실제 첫 경기를 치르면서 더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김문환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독기를 품었다. 대회 전부터 오른쪽 풀백은 우리 대표팀의 가장 큰 약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파울루 벤투 감독은 그 자리에 김문환 포함, 김태환 윤종규, 세 명의 선수를 선발했다. 김문환은 "대회 전부터 오른쪽 풀백 자리에 대한 불안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경기를 뛰면서 약점이 아니고, 우리의 든든한 자리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 독기를 품고 뛰었다"고 했다. 이같은 투혼은 기적의 골로 이어졌다. 16강을 확정한 포르투갈전, 황희찬의 드라마 같은 골의 시작은 김문환의 헤더였다. 김문환은 "짧게 올거라고 생각하고 막았다. 사실 그때 골이 들어가고 원래 내가 세리머니때 항상 먼저 가서 안아주는데 너무 힘들어서 가지도 못하고 주저 앉아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24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열렸다. 우루과이 수아레스를 막아서고 있는 김문환. 알라이얀(카타르)=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1.24/
김문환은 브라질전에서 여러 '짤(짧은 동영상)'을 만들었다. 대표적인게 후반 네이마르 가랑이 사이에 볼을 보내고 돌파하는 장면이었다. 김문환은 "그거 의도하고 한거다. 주변 사람들이 운좋게 했다고 이야기하는데 억울하다"고 했다. 비니시우스와 유니폼 교환에 대해서는 "백승호가 통역을 해줬다. 경기 중에 비니시우스와 하이파이브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비니시우스와 바꾸고 싶었고, 승호가 도와줘서 가능했다. 여태까지 바꾼 유니폼 중 가장 소중한 유니폼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문환은 두 은사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첫째는 고 조진호 감독이었다. 조 감독은 그저 그런 공격수 김문환을 국가대표 오른쪽 풀백으로 바꿨다. 김문환은 "돌아보면 신인을 그토록 믿어주신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이 방으로 불러주셔서 한약까지 지어주시고, 포지션 변경을 권유할때 '문환이도 월드컵 나가서 경기 뛰어봐야지' 하셨는데, 정말 나에게는 너무나 컸다"고 했다. 둘째는 벤투 감독이었다. 벤투 감독은 김문환을 처음 대표팀에 발탁했다. 김문환은 "솔직히 실수도 많고 너무 불안한 모습도 많이 보여줬는데 이렇게 끝까지 끌고 가주시고 이런 기회를 주셨다는 게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김문환은 유럽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월드컵을 뛰어보니까 더 수준 높은 리그에서 부딪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기회가 되면 나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월드컵을 통해 한단계 도약을 꿈꿨다. 김문환은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더 성장할 수 있게 저 스스로도 많이 노력을 해야 될 것 같고, 나의 단점을 더 보완해서 내년 시즌 잘 준비를 해야될 것 같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표팀 김문환이 12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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