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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대한민국 축구에 새로운 '대형 스트라이커'가 탄생했다. 유럽파가 아니다. 지난달 국내 무대에서 비로소 '톱'을 찍은 조규성(24·전북)이 세계 무대를 집어삼켰다.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특급조커로 존재감을 알린 그는 가나전에서 롤모델인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를 밀어내고 선발 자리를 꿰찼다. 전반 예열을 마친 그는 팀이 0-2로 끌려가던 후반 13분 이강인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 만회골을 터트렸다. 기세가 오른 조규성은 3분 뒤 김진수의 크로스를 재차 헤더로 응수, 동점골을 터트렸다. 새 물줄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체육인'의 피를 물려받았다. 어머니가 배구 선수 출신이다.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3남매의 막내다. 위에는 누나가 둘이다. '딸' 같은 막내로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낙천적인 성격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규성은 2020년 K리그 챔피언인 전북 현대에 둥지를 틀면서 최고를 향한 도약을 시작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눈에도 들었다. 지난해 9월 7일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레바논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했고,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그는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튀어나온 남자)' 비주얼로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1m88의 큰 키에 짙은 눈썹과 뚜렷한 이목구비에 SNS도 폭발했다. 하지만 그는 팔루워를 늘리려고 월드컵에 온 것이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며칠 전만해도 3만도 채 안됐던 그의 SNS 팔로워는 이미 100만을 훌쩍 넘었다.
조규성은 가나전 후 "월드컵이란 세계적인 무대에서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상상만 했지 실현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주자, 그냥 팀에 도움만 되자는 생각만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월드컵 사상 첫 멀티골에 대해선 "영광스럽다. 월드컵 뛴다는 자체가 영광이고 감사하고 좋았는데 골까지 넣다니"라며 반색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현실은 눈물이었다. "두 골보다는 승리를 했어야 했다. 그 부분이 진짜 아쉽다."
끝이 아니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이 남았다. "나도 솔직히 보잘 것 없는 선수인데 이렇게 월드컵 세계적 무대에서 골도 넣게 됐다. 믿기지 않는다. 진짜 끝까지 나 자신을 믿고 열심히 꿈을 위해 좇아가면 이런 무대에서 골 넣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유명해져도 나는 같은 사람이다. 가족들이 와서 응원해 줘 고맙고 사랑한다. 팬분들, 국민들께도 감사드린다.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시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리겠다." 조규성의 약속이다.
도하(카타르)=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