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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워진 월드컵, 태어난 나라를 '적'으로 만나는 선수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2-11-27 14:24 | 최종수정 2022-11-28 12:47


사진=AP 연합뉴스

사진=AFP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태어난 나라를 '적'으로 만난 운명이 있다.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각) 스위스와 카메룬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이었다. 경기가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3분 브릴 엠볼로(25·스위스)가 카메룬의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는 세리머니 대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묘한 감정이 스친 표정이었다.

엠볼로는 카메룬 수도 야운데에서 태어났다. 2003년 가족과 함께 스위스로 이주했고, 스위스에서 성장했다. 그는 스위스 연령별 국가대표를 거쳐 2015년 스위스 A대표팀에 데뷔했다. 2018년 러시아대회에 이어 카타르월드컵에도 출전했다. 엠볼로는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태어난 나라'를 적으로 만나는 경험을 했다.

카타르월드컵에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는 32개국 831명이다. 스페인 언론 마르카의 보도에 따르면 이 중 137명이 태어난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를 위해 뛴다. 4년 전 러시아월드컵(82명)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 과정에서 웃지 못 할 일도 생겼다. 이나키 윌리엄스(28·가나)-니코 윌리엄스(20·스페인) 형제의 얘기다. 윌리엄스의 부모는 30년 전에 가나를 떠나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두 선수 모두 스페인에서 태어났다. 현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빌바오에서 함께 뛴다. 하지만 월드컵에선 각각 가나와 스페인을 대표해 뛴다.

귀화 선수를 적극 받아들이는 '순혈주의 파괴' 이유는 명확하다. 더 실력 좋은 선수를 품에 안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예가 1998년의 프랑스다. 당시 프랑스는 앞선 두 대회에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지네딘 지단(알제리), 파트리크 비에라(세네갈), 마르셀 드사이(가나) 등을 받아 들였다. 프랑스는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미국 언론 뉴욕타임스는 26일 '많은 귀화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뛰고 있다는 건 국제사회에서 국적과 정체성을 정의하는 것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도 설명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귀화 선수 유형도 다양해지는 점이다. 태어난 나라와 성장한 나라 중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의 나라를 택하는 선수도 있다. 난민 출신 선수도 있다.

다만,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존재하는 법이다. 뉴욕타임스는 '귀화 선수들을 영입한 팀들은 조직력에서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출신인 라울 사보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출전) 기회만을 잡기 위해 국적을 바꾼 선수들이 많다. 그동안 부모님 국가에 관심을 두지 않던 선수들이 월드컵을 앞두고 합류한다면 해당 팀은 분열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오토 아도 가나 대표팀 감독도 "새로운 선수의 합류는 위험할 수도 있다. 기존 선수들이 맞췄던 것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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