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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킥처럼 날카롭고, 울림이 있다…김형범 위원이 실천 중인 '공감 해설'[인터뷰]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10-13 12:00 | 최종수정 2022-10-14 06:10


사진제공=김형범

사진제공=김형범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제는 볼을 돌릴 시간이 없어요. 울산이 더 멋있고 아기자기한 축구를 하려는 건 알겠지만…이제는 전투를 할 때가 왔거든요."(9월 14일 인천-울산전)

"안익수 감독이 스리백을 썼지만, 미드필드에 숫자를 많이 두면서 중원을 장악하려는 서울입니다."(10월 9일 수원-서울전)

"정경호 감독은 선수 때에도 경기장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빠르게 판단해서 선수들에게 전달해줬던 기억이 있습니다."(9월 4일 성남-울산전)

현역시절 '형컴(형범+베컴)'이란 별명으로 불린 김형범 축구 해설위원(38)이 올해 K리그를 해설하며 남긴 '촌철살인'이다.

시즌 중인 8월 3일 인천과 수원FC전을 통해 정식 해설위원으로 데뷔한 김 위원은 날카로운 분석과 통찰력, 오랜 유튜브 방송 경험이 바탕이 된 유쾌한 언변을 겸비해 축구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김 위원은 13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선수 시절엔 말을 잘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간 해설위원 제의가 와도 마다했다"며 "(은퇴 후)사회에 나와 사람들을 만나고, 유튜브도 하면서 선수가 가져야 하는 조심성을 내려놓게 됐다. 선수를 만나고, 경기장에서 경기를 보는 것에 대한 메리트도 컸다"고 말했다.

인천-수원FC전부터 지난 35라운드 수원-서울간 슈퍼매치까지, 해설위원으로 지낸 두 달이란 시간에 대해 김 위원은 "선수들이 팬들을 위한 경기를 하지 않을 땐 쓴소리를 하게 되더라. 기억에 남는 건 울산 팬분들이 보낸 DM(다이렉트 메시지)이다. 울산 중계 때 '선수들이 이겨내줘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팬분들이 '대신 말해줘서 고맙다. 그런 말이 필요했다'고 했다. 선수 출신으로서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말을 해야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선후배를 중시하는 한국 풍토에서 '감독이 된 선배님이 지도하는 팀'을 비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김 위원은 "해당팀의 감독님들까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경기 중에는 누구보다 벤치에서 이런 게 저런 게 안 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감사하게도 경기장에 갈 때마다 감독님들이 '방송 잘 보고 있다'고 말해주신다. 그런 말을 들을 때 힘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의 해설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디테일'이다. 방송 화면에는 잡히지 않고 현장에서 두 눈으로만 볼 수 있는 상황을 짚어준다. 예컨대 전북 경기에서 레프트백 김진수가 사이드라인 밖까지 나가 대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김진수를 활용한 공격이 이뤄질 것'이라는 걸 언급하는 식이다. 수원FC의 이승우가 김 현 근처에 바짝 붙어있는 모습에선 '김 현이 한 칸 내려와 공을 잡고 그 순간 이승우가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패턴을 읽었다.

김 위원은 "팬들이 선출 해설위원에게 바라는 점은 그렇게 경기를 읽어내는 눈이 아닐까 싶다. 무언가 다른 해설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경기 운영과 관련된 전술, 선수들의 의도, 움직임 등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고 했다. 단순히 선수 시절의 경험과 감으로만 해설을 하는 건 아니다. 상대팀 감독의 입장이 되어 영상 분석을 한다고 김 위원은 설명했다. 그래야 특정팀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을 때 그 원인을 대중에게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와 함께하는 랜선 현대가더비가 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프리카TV 프릭업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우승을 차지한 전북 노현두 선수와 김형범 감독. 대치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09.10/
김 위원의 해설 원칙 중 하나는 선입견을 갖지 않는 것이다. 그는 "선수 개개인에 대해서 어느정도 파악을 하지만, 따로 특징을 적거나 하지는 않는다. 선입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평소 패스 능력을 인정받는 선수가 있는데, 특정 경기에서 패싱력이 좋지 않았다. 그럴 때 시청자에게 그 선수의 패스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 경기장에서 보이는 모습만 이야기하면 된다. 국가대표 선수라고 옹호할 필요가 없고, 신인이라도 활약을 높게 평가할 필요도 없다. 하위팀, 상위팀에 대한 선입견도 두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어 "전문적인 용어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전문가 못지않은 축구팬들도 있겠지만, 축구를 처음 접한 분들도 있을 거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설명을 해야 한다. 사실, 요즘 나오는 축구 용어 중에는 나도 모르는 게 많다. 내가 모르는 걸 설명할 순 없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인터뷰 중 프리킥에 대해 이야기할 때 김 위원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김 위원은 울산, 전북, 대전, 경남 등에서 선수로 뛰며 '프리킥 장인'으로 통했다. 총 14차례 프리킥 득점을 해 이 부문 3위에 올라있다. 김 위원은 "선수들이 프리킥, 세트피스의 중요성을 조금 더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프리킥은 하나의 좋은 전술"이라며 "상대 골키퍼의 판단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선 공을 오랫동안 숨겨야 한다. 그것 중 하나가 스크럼을 살짝 넘기는 프리킥"이라며 '꿀팁'을 건넸다.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라는 중대 일전을 중계할 예정인 김 위원은 끝으로 "올해 많은 경험을 했다. 내년을 더 잘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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