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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제는 볼을 돌릴 시간이 없어요. 울산이 더 멋있고 아기자기한 축구를 하려는 건 알겠지만…이제는 전투를 할 때가 왔거든요."(9월 14일 인천-울산전)
현역시절 '형컴(형범+베컴)'이란 별명으로 불린 김형범 축구 해설위원(38)이 올해 K리그를 해설하며 남긴 '촌철살인'이다.
시즌 중인 8월 3일 인천과 수원FC전을 통해 정식 해설위원으로 데뷔한 김 위원은 날카로운 분석과 통찰력, 오랜 유튜브 방송 경험이 바탕이 된 유쾌한 언변을 겸비해 축구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인천-수원FC전부터 지난 35라운드 수원-서울간 슈퍼매치까지, 해설위원으로 지낸 두 달이란 시간에 대해 김 위원은 "선수들이 팬들을 위한 경기를 하지 않을 땐 쓴소리를 하게 되더라. 기억에 남는 건 울산 팬분들이 보낸 DM(다이렉트 메시지)이다. 울산 중계 때 '선수들이 이겨내줘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팬분들이 '대신 말해줘서 고맙다. 그런 말이 필요했다'고 했다. 선수 출신으로서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말을 해야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선후배를 중시하는 한국 풍토에서 '감독이 된 선배님이 지도하는 팀'을 비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김 위원은 "해당팀의 감독님들까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경기 중에는 누구보다 벤치에서 이런 게 저런 게 안 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감사하게도 경기장에 갈 때마다 감독님들이 '방송 잘 보고 있다'고 말해주신다. 그런 말을 들을 때 힘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의 해설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디테일'이다. 방송 화면에는 잡히지 않고 현장에서 두 눈으로만 볼 수 있는 상황을 짚어준다. 예컨대 전북 경기에서 레프트백 김진수가 사이드라인 밖까지 나가 대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김진수를 활용한 공격이 이뤄질 것'이라는 걸 언급하는 식이다. 수원FC의 이승우가 김 현 근처에 바짝 붙어있는 모습에선 '김 현이 한 칸 내려와 공을 잡고 그 순간 이승우가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패턴을 읽었다.
김 위원은 "팬들이 선출 해설위원에게 바라는 점은 그렇게 경기를 읽어내는 눈이 아닐까 싶다. 무언가 다른 해설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경기 운영과 관련된 전술, 선수들의 의도, 움직임 등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고 했다. 단순히 선수 시절의 경험과 감으로만 해설을 하는 건 아니다. 상대팀 감독의 입장이 되어 영상 분석을 한다고 김 위원은 설명했다. 그래야 특정팀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을 때 그 원인을 대중에게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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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은 이어 "전문적인 용어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전문가 못지않은 축구팬들도 있겠지만, 축구를 처음 접한 분들도 있을 거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설명을 해야 한다. 사실, 요즘 나오는 축구 용어 중에는 나도 모르는 게 많다. 내가 모르는 걸 설명할 순 없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인터뷰 중 프리킥에 대해 이야기할 때 김 위원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김 위원은 울산, 전북, 대전, 경남 등에서 선수로 뛰며 '프리킥 장인'으로 통했다. 총 14차례 프리킥 득점을 해 이 부문 3위에 올라있다. 김 위원은 "선수들이 프리킥, 세트피스의 중요성을 조금 더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프리킥은 하나의 좋은 전술"이라며 "상대 골키퍼의 판단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선 공을 오랫동안 숨겨야 한다. 그것 중 하나가 스크럼을 살짝 넘기는 프리킥"이라며 '꿀팁'을 건넸다.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라는 중대 일전을 중계할 예정인 김 위원은 끝으로 "올해 많은 경험을 했다. 내년을 더 잘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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