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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마침내 '현대가 더비'의 마법이 풀렸다. 그라운드의 시계는 후반 45분에서 멈춘 뒤였다. 인저리타임은 7분이었다.
운명의 화살표는 또 한번 전북을 가리키고 있었다. 0-1.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90분이 지나서야 화살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반 51분 마틴 아담이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작렬시켰다. 이어 추가시간의 추가시간인 후반 54분 마틴 아담의 머리에서 결승골이 터졌다. 2대1, 기적의 역전승이었다.
선두 울산은 전북의 추격을 뿌리치며 승점 72점(21승9무5패)을 기록했다. 2위 전북(승점 64·18승10무7패)과의 승점 차는 8점으로 벌어졌다. 남은 경기는 3경기다. 울산은 1승만 추가하면 자력 우승이 가능하다. 물론 전북이 1패만 해도 우승의 한을 털어낼 수 있다.
기나긴 길을 돌고 또 돌아왔다. 울산이 마지막으로 K리그에서 우승한 것은 2005년이었다. 최근에는 늘 정상 문턱까지 갔다. 하지만 세 시즌 연속 전북에 발목이 잡혔다. 전북의 '우승 DNA', 울산의 '만년 2위'는 대명사가 됐다.
지난 시즌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올 시즌은 다를 것이라고 했다. '압도적인 우승'을 예고했다. 울산은 3월부터 단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정상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울산은 한때 전북과의 승점 차를 두 자릿수까지 벌리며 승승장구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주춤하며 전북과의 격차가 5점으로 줄어들었다. 자칫 2점 차까지 쫓길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다시 달아났다.
마틴 아담의 결승골이 터지자 벤치를 박차고 나가 '백만불짜리 미소'를 지은 홍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짜릿하기로 따지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아시안게임 이란과 경기에서 4대3으로 승리한 경기"라고 기뻐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대표팀 사령탑이었던 홍 감독은 이란을 만나 1-3으로 뒤지다 4대3으로 역전승하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홍 감독은 또 "전북을 상대로 이런 승리를 거두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울산이 많이 성장했다"고 뿌듯해 했다.
하지만 아직 끝은 아니다. 환희를 향한 무대가 사흘 만에 다시 열린다. 울산은 11일 오후 3시 포항스틸야드에서 포항과 '하나원큐 K리그1 2022' 파이널A 3라운드를 치른다. '동해안더비'에서 조기 우승 확정에 도전한다.
포항에도 갚아줘야 할 빚이 있다. 울산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포항에 발목이 잡혀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2013년은 여전히 회자될 정도로 지워지지 않는 악몽이다. 울산은 포항을 맞아 안방에서 비기기만해도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었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 준우승에 머물렀다. 2019년에도 운명의 장난처럼 최종전에서 맞닥뜨려 1대4로 대패, 전북에 다득점에서 밀려 트로피를 헌납했다.
포항전의 키워드는 '복수'다. 울산은 "적지인 스틸야드에 깃발 꽂을 준비를 마쳤다"며 "현재 선수들의 컨디션과 분위기는 최고조다. 방심하지 않고 전북전 승리 기세를 포항까지 이어 포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성급할 필요는 없다. 자칫 무리수를 둘 경우 전체 판이 또 흔들릴 수 있다. 울산이 꿈에 그리던 '그 순간'이 그야말로 목전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