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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콧대 높던 영국 기자들도 어쩔 수 없었다. 하염없이 손흥민(토트넘)을 기다릴 뿐이었다. 단 한 마디를 듣기 위해 믹스트존 문이 열릴 때마다 '미어캣' 마냥 쳐다보고 또 쳐다보곤 했다. 손흥민의 경기력을 필요 이상으로 비판하던 콧대 높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17일 오후(현지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믹스트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1시간 30여분이 지난 시점. 수많은 영국 매체 기자들이 여전히 믹스트존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손흥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국 기자들에게 이런 오랜 기다림은 흔치 않는 일이었다. 특히 토트넘 담당 기자들에게 더욱 그렇다. 토트넘 담당 기자들의 주된 취재 대상은 해리 케인이나 에릭 다이어 등 영국 선수들이다. 케인과 다이어 모두 빨리 퇴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30분 안팎으로 믹스트존을 지나친다. 이 날도 케인은 경기 종료 휘슬 40분 후에 믹스트존을 지나쳤다. 케인은 기자들에게 "오늘은 내 날이 아니다. 쏘니(손흥민의 애칭)가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다이어도 케인이 나오고 15분 정도 있다가 믹스트존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다른 선수들도 나왔다. 손흥민만 나오지 않았다.
친분이 있는 한 기자는 한국 취재진에게 "평소에도 이렇게 늦게 나오는 것이냐"고 물었다. 한국 취재진들은 "손흥민에게는 자신만의 경기 후 루틴이 있다. 확실한 쿨 다운과 스트레칭을 한다. 그래서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우리(한국 취재진)들은 익숙하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영국 기자들은 표정을 찌푸렸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다. 그들도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손흥민의 말을 꼭 들어야만 했다.
시간이 지나고 손흥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1시간 4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영국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손흥민의 한 마디 말도 놓칠새라 귀를 쫑긋 세웠다. 손흥민을 비판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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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손흥민에게 믹스트존 바깥쪽 상황을 전했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의 믹스트존 바깥에는 팬들의 구역이 있다. 이 곳에서 많은 한국인과 현지인 팬들이 "손흥민"을 연호하고 있었다. 손흥민은 구단 관계자에게 잠깐 그 쪽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관계자는 '안전 문제로 바깥쪽으로 나갈 수는 없다'고 했다. 손흥민은 인사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문이 열렸다. 손흥민이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손흥민은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었다. 팬들은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손흥민은 "미안해요. 방침상 나갈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며 양해를 구했다. 팬들에게 손인사를 한 후 다시 믹스트존으로 들어왔다. 믹스트존 내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손흥민은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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