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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흥민(30·토트넘)이 살아났다.
풀럼전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더 있었다. 스리백에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클레망 랑글레가 자리했다. 로메로는 부상에서 돌아왔고, 랑글레는 이적 후 첫 선발 출전했다. 토트넘은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경기력은 썩 좋지 않았다. 특히 후방 빌드업에 문제를 드러내며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빈손 산체스와 에메르송 로얄이 '구멍'이었다. 상대는 빌드업 능력이 떨어지는 토트넘 오른쪽 라인에 볼이 가도록 유도했다. 당연히 볼이 돌지 않았고, 공격까지 여파가 미쳤다. 특히 왼쪽에서 주로 활약하는 손흥민에게 볼이 가지 않았다.
이날은 달랐다. 빌드업에 능한 로메로와 랑글레가 가세하며, 한결 매끄러운 전개가 가능해졌다. 풀럼의 압박 강도가 높지 않았던 것도 한 몫을 했다. 토트넘 진영 아래까지 내려와서 플레이했던 올 시즌 다른 경기들과 달리, 풀럼전 손흥민은 주로 전방에서 플레이를 했다. 여기에 오른쪽에서 주로 머물렀던 데얀 쿨루셉스키와 달리, 히샬리송이 왼쪽, 가운데,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흔드니 손흥민에 공간이 더욱 많아졌다. 손흥민은 아직 호흡이 완벽하지 않은 이반 페리시치 대신 선발 왼쪽 윙백으로 나선 라이언 세세뇽과 왼쪽에서 좋은 케미를 보이며, 왼쪽을 기반으로 중앙을 오가는 특유의 움직임을 선보였다.
기록이 입증한다. 슈팅수 4개, 유효슈팅수 2개, 키패스 5개, 터치 55회, 패스성공률 97%, 모든 부분에서 다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기대득점(xG)도 올 시즌 들어 가장 높은 0.48이었다. 다만 골운이 없었다. 전반 10분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가 그대로 골망에 빨려 들어갔지만 케인의 위치가 오프사이드로 판정되며, 득점이 취소됐다. 전반 32분에는 케인의 패스를 받아 트래핑 후 왼발슛을 때렸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후반 17분에는 페널티박스 왼쪽을 돌파하며 슈팅을 때렸지만, 수비 맞고 굴절된 후 베른트 레노 골키퍼의 환상 세이브에 막혔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특유의 폭발력을 되찾았다는 점이다. 백미는 후반 9분이었다. 손흥민은 하프 라인 밑에서 볼을 잡아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진영을 향해 전진했다. 흡사 번리전을 연상케하는 드리블이었다. 속도가 제대로 붙었지만 상대 백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손흥민은 올 시즌 특유의 스프린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의 여파도 있었고, 전술적인 이유도 있었다. 속도를 붙이지 못하자, 손흥민의 장점도 죽어버렸다. 하지만 이날 손흥민은 특유의 스피드를 여러차례 보여주며,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영혼의 콤비' 케인과의 특유의 콤비네이션을 여러차례 선보였고, '새로운 파트너' 히샬리송과의 케미도 과시하며, 공격에 날카로움을 더냈다.
현지에서도 살아난 손흥민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영국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경기 후 손흥민에게 팀내 네번째로 높은 7.4의 평점을 줬고, 풋몹도 히샬리송, 에밀 피에르 호이비에르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7.9점을 줬다. 풋볼 런던은 '골 빼고 모든 것을 보여준 에너지틱한 퍼포먼스였다'는 극찬과 함께 평점 8을 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