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준의 발롱도르]SON의 미소가 사라졌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2-08-30 09:30 | 최종수정 2022-08-31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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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세이셔널' 손흥민(30·토트넘)은 '스마일 가이'다. 훈련 때나, 경기 때나 늘 미소를 잃지 않는다. 영국 매체로부터 '왜 당신은 항상 웃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다. 그런데 최근 손흥민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있다. 경기 중 인상을 쓰는 장면이 늘었다. 29일(한국시각) 펼쳐진 노팅엄 포레스트전에서는 후반 교체아웃된 후 벤치에서 불만을 터트리는 이례적인 장면이 TV 중계화면에 찍혔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아시아인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하며 '꽃길'을 걸었다. 여름 이적시장 동안 토트넘의 폭풍 영입으로 지난 시즌 이상의 동료들이 가세했지만, 토트넘은 여전히 '손-케(케인)'의 팀이라 평가받았다. 물론 상대의 집중 견제가 예상됐지만,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는만큼 2021~2022시즌만큼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프리시즌까지도 그랬다. 하지만 막상 새 시즌의 뚜껑이 열리자, 기대와는 정반대의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

손흥민은 초반 4경기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1도움이 있을 뿐이다. 물론 손흥민이 슬로스타터라 한 골만 터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영국 언론도 비슷한 반응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에도 후반기 몰아치기로 '골든부트(득점왕)'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언제나 축구를 즐기는 손흥민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는 것, 이건 분명 이상 신호다. 신체적으로, 아니면 정신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록을 차치하더라도, 실제 손흥민의 경기력은 지난 몇년간 중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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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체크해야 할 것은 몸상태다. 손흥민은 최근 유독 힘든 모습을 자주 내비치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후반 중반이 넘어가면 스프린트 횟수나 스피드가 뚝 떨어지는 모습이다. 강철 체력으로 유명한 손흥민이라 이례적인 부분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콘테 감독의 강도 높은 체력 훈련 여파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알려진대로 콘테 감독의 프리시즌 훈련은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지옥훈련'으로 불릴 정도로 혹독한 체력훈련을 한다. 지난 토트넘 내한 당시 몇몇 선수들이 훈련 중 구토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콘테 감독은 리그 승부처인 1월에 선수들의 몸상태를 최상으로 올리도록 플랜을 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콘테 감독이 이끄는 팀들은 후반기 무섭게 승점을 쌓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손흥민에게 초반 이 체력훈련은 독이 된 분위기다. 지난 몇년간 혹사의 예시로 거론될 정도로 힘든 강행군을 펼친 손흥민에게 무리한 훈련이 오히려 컨디션을 저하시킬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전술적인 부분이다. 지난 몇년간 손흥민이 많은 득점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위치 이동이었다. 주로 왼쪽에서 머물던 손흥민은 보다 중앙으로, 페널티 박스 안에 가깝게 위치를 옮겼고, 이는 손흥민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왼쪽 측면에서 뛰었던 2016~2017시즌 '기대득점(xG)' 값은 0.29에 불과했지만, 지난 시즌은 토트넘 입성 후 가장 높은 xG(0.47)를 기록했다. 슈팅당 xG는 0.18로 리그에서 5번째로 높았다. 손흥민은 한칸 내려서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는 케인과 환상적인 호흡을 보였고, 놀라운 결정력을 앞세워 득점왕까지 거머쥐었다.


손흥민의 지난 시즌 히트맵(왼쪽)-올 시즌 히트맵. 사진캡처=소파스코어

케인의 지난 시즌 히트맵(왼쪽)-올 시즌 히트맵. 사진캡처=소파스코어
이번 시즌은 다르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과 같은 3-4-3 포메이션을 가동 중이지만, 디테일은 확 바뀌었다. 손흥민과 케인의 히트맵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손흥민이 전방 쪽 움직임이 적어진 반면, 케인은 2선에서의 움직임이 확 줄어들었다. 가뜩이나 토트넘 중원에 창의적인 패스를 찔러줄 미드필더가 없는만큼, 손흥민에게 볼을 공급해 줄 루트가 사라진 셈이다. 손홍민의 올 시즌 xG는 토트넘 입성 후 가장 낮은 0.21에 불과하다.

답답한 것은 손흥민에 부여된 전술적 역할이다. 콘테 감독이 좌우 윙백의 오버래핑을 보다 강조하며, 좌우 날개는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에 가깝게 위치를 조정했다. 손흥민이 약점을 보이는 좁은 공간에서 플레이해야 하고, 볼배급까지 신경써야 한다. 심지어 수비까지 해야 한다. 압박을 하는 수준을 벗어나, 위험 지역까지 커버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히트맵을 보면 올 시즌 손흥민은 토트넘 진영 페널티박스 바로 바깥에서 가장 많이 위치해 있었다. 수비에 체력을 쏟다보니 오히려 공격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어렵게 스프린트를 하더라도 자신에게 볼이 오지 않고 있다. 아래 패스맵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손흥민은 노팅엄전에서 양 팀 통틀어 가장 적은 26번의 터치에 그쳤다. 손흥민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짜증나는 상황이다.


사진캡처=비트윈더포스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이른 교체다. 콘테 감독은 데얀 쿨루셉스키가 아닌 손흥민을 주로 교체하고 있다. 토트넘 역대 최고액으로 영입된 히샬리송이 대신 투입되고 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개막전이었던 사우스햄턴전을 제외하고 풀타임이 없다. 79분, 76분, 74분, 교체 시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토트넘에서 뛰었던 평론가 제이미 오하라가 지적한 것처럼, 늘 풀타임을 소화했던 선수가 점점 출전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손흥민도 히샬리송의 존재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노팅엄전 교체 후 보여준 손흥민의 행동은 심리적으로 상당히 쫓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물론 아직 4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 콘테 감독은 여전히 신뢰를 보내고 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손흥민은 스스로 답을 찾을 것이라 믿지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최악의 초반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손흥민은 언제 다시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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