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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수비의 본고장'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뛰는 첫번째 한국인 수비수가 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괴물' 김민재(26)가 27일(이하 한국시각) 마침내 '나폴리맨'이 됐다. 26일 김민재 나폴리행의 최종 합의와 메디컬테스트 진행을 단독 보도했던 스포츠조선은 그간 말하지 못했던, 올 여름을 뜨겁게 장식했던 김민재 이적 사가의 풀스토리, 그리고 뒷 이야기를 모두 공개한다.
그 사이 여러 팀들과 연결됐지만, 보도와 달리 실제 오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7월 중순 들어 분위기가 급박해지기 시작했다. 프랑스 1부 스타드 렌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렌은 지난 시즌 주축이었던 나이프 아구에드르가 웨스트햄으로 이적하면서 대체자를 찾았다. 김민재가 물망에 올랐다. 특히 2019년 7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베이징에서 김민재를 직접 지도했던 브루노 제네시오 감독이 강력히 원했다. 렌의 단장이 직접 튀르키예로 넘어가 협상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렌은 바이아웃에 준하는 제안을 건냈다.
렌이 적극적으로 구애를 보냈지만, 페네르바체는 여전히 잔류를 원하는 분위기였다. 김민재에게 유럽챔피언스리그 예선까지 뛰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렌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이적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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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쪽에서도 관심을 보인다는 보도가 나오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취재 결과, 구체적인 오퍼는 없었다. 유벤투스와 인터밀란이 오히려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브레메르 영입 후 잠잠해졌고, 인터밀란은 자금 여유가 없었다.
렌과의 협상이 주춤하는 사이, 나폴리는 정성을 보이며 김민재의 마음을 돌렸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나폴리 감독도 적극적으로 원했다. 스팔레티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김민재는 유럽챔피언스리그 수준의 선수"라고 했는데, 이는 더 빠른 영입을 촉구하는 노림수였다. 생갭다 김민재를 더 원하는 스팔레티 감독의 의중에 나폴리 내부에서도 꽤 놀랐다는 후문이다. 유로파리그에 나서는 렌과 달리 챔피언스리그에 나간다는 것도 나폴리에 유리한 부분이었다.
이탈리아 언론을 통해 나폴리행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여러 조건들이 거론됐다. 협상은 쉽게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쟁점은 계약기간, 그리고 바이아웃이었다. 계약기간은 쉽게 매듭이 풀렸다. 3+2년으로 보도가 됐지만, 5년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바이아웃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나폴리는 바이아웃 조항 삽입 자체를 거부했다. 그러나 김민재 측도 강경했다.
렌이라는 카드를 쥐고 있는 김민재 측이 저울질을 계속하자, 나폴리도 급해졌다. 결국 바이아웃을 넣기로 했다. 협상을 거듭했다. 아우렐리오 디 라우렌티스 나폴리 회장에 의해 세금 문제가 언급이 되며 이슈가 됐지만, 결론적으로 협상이 길어졌던 이유는 바이아웃 때문이었다. 치열한 줄다리기 끝 4500만(약 600억원)~4700만유로(약 627억원) 사이에서 바이아웃이 결정됐다. 이 바이아웃은 내년 여름 발동된다. 물론 큰 금액이기는 하지만 이번 사가를 통해 빅클럽들이 김민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볼 수 있었던만큼, 이번 바이아웃 조항으로 향후 보다 큰 클럽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이적료 지급 방식과 세금, 초상권 등에 관한 협상이 진행됐고, 페네르바체까지 끼어들며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어렵게 합의가 마무리 되자마자 김민재는 바로 로마로 넘어가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했고, 27일 최종 사인을 마무리하며 나폴리 유니폼을 입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