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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챙긴 부산 팬들의 걸개와 응원 속 광양서 열린 '이장관 더비'[SC현장]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2-07-24 19:53



[광양=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그라운드에서 부산 엠블럼을 보니까 묘하더라고요."

이장관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24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2' 28라운드, 맞상대가 다름 아닌 부산 아이파크였다. 이 감독은 부산의 레전드다.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은퇴를 했지만, 1997년 부산의 전신인 대우 로얄즈에서 데뷔해 10년 동안 부산에서 뛰었다. 부산에서만 348경기를 소화했다. 1997년 K리그 우승, 2004년 FA컵 우승 등을 경험했다. 정렬적인 움직임과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런 이 감독이 적장으로 부산을 상대하게 됐다. 꾸준히 부산 감독 하마평에 올랐던 이 감독은 지난 6월 용인대를 떠나 전남에서 프로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다. 마침내 부산을 만났다. 이 감독은 경기 전 "부산에서 선수 생활을 오래 했었다. 선수로서 많은 사랑을 받아서 애착이 가는 팀"이라며 "버스에서 내려서 팬들을 잠깐 만났었는데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그라운드에서 부산 앰블럼을 보니까 묘한 감정이 들더라"라고 했다.


광양=박찬준 기자
15년만에 만나는 이 감독을 위해 부산 팬들이 선물을 준비했다. 원정 응원석에 '배추도사 이장관 그가 돌아왔다!!'라는 걸개를 걸었다. 이 감독의 현역 시절 사진과, 그 유명한 하프타임 그라운드에서의 결혼식 사진도 함께 였다. 상대팀 감독이지만, 레전드에 대한 화끈한 대우를 해줬다. 부산을 연호하는 서포터스 뒤에 상대 적장의 걸개가 걸린,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경기장 밖 분위기는 훈훈했지만, 경기장은 뜨거웠다. 전남과 부산 모두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 감독은 취임 후 7경기(5무2패)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전남은 12경기째 승리하지 못하며 10위로 내려섰다. 부산은 더했다.박진섭 감독 교체 효과를 보지 못하며, 최근 3연패로 최하위까지 내려섰다. 이 감독, 박 감독 모두 이구동성으로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물러서지 않게 강하게 부딪혀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양 팀 사령탑이 강조한대로 공격적인 축구가 이어졌다. 홈팀 전남이 다소 앞서는 분위기였다. 이후권 김태현 좌우 날개의 움직임이 살아나며 여러차례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정작 유효슈팅까지는 가지 못했다. 반면 부산은 전반 4분 에드워즈의 오른발슛, 전반 21분 정원진의 노마크 헤더라는 결정적 찬스를 무산시키며 득점에 실패했다. 후반 들어 양 팀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졌다. 전남은 부상에서 갓 회복한 플라나와 막판 영입한 김수범, 부산은 박정인 이상헌 등을 총출동 시켰지만, 끝내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0대0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경기 후 부산 팬들은 이 감독의 노래를 불렀다. 전남팬, 부산팬 앞에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이 감독에게는 아쉬운 결과였다.


광양=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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