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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의 마법' 저니맨에서 득점왕 경쟁자로 진화한 충남아산 유강현, "번호 바꾸고 자신감 생겼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2-07-07 16:25 | 최종수정 2022-07-08 07:29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아마추어 학생시절의 성공이 프로 무대로 이어질 확률은 사실 그리 크지 않다. 매우 천재적인 극히 일부 선수를 제외하고는 어차피 프로 무대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지표는 '제로'로 초기화된다.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경쟁한다는 뜻이다. 이 경쟁을 이겨내면 프로 무대에서 주목받는 것이고, 거기서 떨어지면 금세 뒤로 밀린다. 경쟁은 더 치열하다.

이런 경쟁에서 밀려난 선수들은 어떻게 될까. 최악의 경우는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다 하위리그로 가거나 아니면 일찍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 그러나 간혹 초기의 실패를 이겨내고 극적으로 부활하는 케이스도 있다. 실패를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아 더 강하게 일어서는 '강철 멘탈'의 소유자가 이런 드라마를 쓴다. 외국인 선수들이 득점 상위권을 독점하다시피 한 올해 K리그2에서 토종 스트라이커의 자존심을 보여주고 있는 충남아산 유강현(26)이 바로 그런 인물이다.

유강현이 드디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지난 6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2' 25라운드 FC안양과의 원정경기에서 0-1로 뒤지던 전반 42분에 동점골을 넣으며 팀을 연패 위기에서 구했다. 이날 유강현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최근 충남아산 박동혁 감독은 유강현의 체력을 안배해주기 위해 선발보다 교체로 출전시키고 있다. 애초 유강현은 후반에 투입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팽팽한 경기 흐름을 포착한 박 감독은 유강현을 전반 20분에 조기 투입했다. 다소 빠른 듯 했지만, 오히려 이게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충남아산은 전반 38분 김경중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투입 후 20여분을 뛰며 몸이 풀린 유강현이 3분 뒤 우측에서 날아온 송승민의 크로스를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동점골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결국 충남아산은 유강현의 골 덕에 1-1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챙길 수 있었다.

또한 유강현도 프로 데뷔(2015년 포항) 후 처음으로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완성하며 리그 득점 1위 티아고(경남)를 2골 차이로 추격했다. 아직 시즌이 진행 중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유강현은 극적인 '부활드라마'를 쓴 셈이다. 고교(서해고) 시절 장신공격수로 주목 받았던 유강현은 2015년 포항에 입단했다. 여기까지는 잘 풀린 케이스였다.

하지만 유강현은 프로 초반의 경쟁에서 밀렸다. 포항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여기저기 떠도는 생활을 했다. 대구FC와 체코리그까지 갔다가 다시 지난해 경남FC로 돌아왔고, 올해 충남아산으로 옮겼다. '저니맨'이었다. 만약 충남아산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면 완전히 잊혀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유강현은 '마지막 찬스'라고 여기고 절치부심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강도높은 동계훈련을 소화했고, 고교시절의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그때 달았던 '10번'을 다시 달았다. 유강현은 "동계훈련에서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언제든 찬스가 오면 확실히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올해 정말 잘 준비해보자는 마음에 고등학교 때 달았던 10번을 요청했다. 10번은 무게감있는 번호다. 다행히 운이 좋게 번호를 받았다. 확실히 거기에서 오는 자신감이 있다. 등번호 변경이 지금 내 활약에 상당한 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10골을 터트린 유강현은 이제 강력한 득점왕 후보다. 하지만 그는 개인상 욕심을 내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팀에 도움이 되는 데만 집중하려고 한다. 개인적인 욕심을 내면 오히려 모두에게 해가 될 것 같다. 팀을 위해 뛰다 보면 시즌 마지막 쯤에는 나도 좋은 위치에 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만 갖고 있다"며 득점왕에 대한 욕심보다 팀 성적에 보탬이 되는 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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