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 안고 떠나겠습니다." 페루 수비수, PK 실축→오열→은퇴 선언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06-14 10:25 | 최종수정 2022-06-14 10:25


AFP연합뉴스

중계화면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페널티킥 한 번에 월드컵의 운명이 갈렸다.

페루와 호주는 14일 카타르 알 라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예선 대륙별 플레이오프에서 연장전까지 서로 득점하지 못해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각각 1명씩 실축해 페널티 스코어 4-4 동점인 상황. 호주의 아워 마빌이 6번째 키커로 나서 득점에 성공했다. 페루의 키커는 알렉스 발레라(유니베르시타리오)였다. 발레라가 도움닫기 뒤에 골문 좌측을 노리고 찬 공은 승부차기에 앞서 교체투입된 호주 골키퍼 앤드류 레드메인(시드니FC)의 선방에 막혔다. 레드메인은 춤을 추는 듯한 모션을 취한 뒤 몸을 날려 페루의 월드컵 꿈을 막았다.

실축한 순간, 양팀의 표정은 엇갈렸다. 레드메인은 동료들 쪽을 바라보고는 입을 크게 벌려 포효했다. 2019년 한국과의 친선전을 통해 A대표팀에 늦깎이 데뷔한 레드메인은 A매치 3번째 출전경기에서 국민 영웅으로 우뚝 섰다. 그의 곁으로 K리그 출신 애덤 타가트(세레소오사카) 등이 달려왔다. 반면 키커인 발레라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하프라인에서 마음을 졸이며 페널티를 지켜본 페루 선수 중 수비수 루이스 아드빈쿨라(보카주니어스)는 실축 직후 그대로 잔디 위로 풀썩 쓰러져 유니폼으로 얼굴을 감싼 채 오열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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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었다. 팀의 3번째 키커로 나서 실축한 선수가 바로 아드빈쿨라였다. 충격이 컸던걸까. A매치 106경기 출전에 빛나는 아드빈쿨라는 경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 SNS를 통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저로 인해 상처 받은 가족, 친구들, 페루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이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저뿐이며, 이러한 사과로도 충분치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물러나겠다. 일어설 힘이 없다"는 말과 함께.

2015년부터 페루 대표팀을 맡아 지난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페루의 36년만의 본선 진출을 이끌었던 아르헨티나 출신 리카르도 가레카 감독은 승부차기에 돌입하기 전에 경기를 끝냈어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반면 호주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5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이번 월드컵에 나서는 아시아 국가는 6팀(한국, 일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호주)으로 늘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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