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수는 '제자' 이승우의 '댄스'를 허락하지 않았다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05-08 19:30 | 최종수정 2022-05-09 06:01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안익수 FC서울 감독(57)과 이승우(24·수원FC)가 근 6년만에 그라운드에서 뜻깊은 재회를 했다.

안 감독은 8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11라운드를 앞두고 이승우를 다시 만나는 소감을 묻자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승우와는 좋은 추억이 있다"고 인연을 돌아보며 "이승우가 훨씬 더 많이 성장할 것 같고, 앞으로 한국 축구에 있어 많은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는 덕담을 건넸다.

안 감독은 지난 2015~2016년 U-20 대표팀을 지도했다. 당시 U-20 대표팀으로 월반한 이승우는 FC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성장하던 중이었다. "리오넬 메시를 넘어 발롱도르를 수상하고 싶다, 최연소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패기가 넘쳤다. 규율을 중시하는 안 감독과 톡톡 튀는 10대 선수의 만남은 그 자체로 이슈였다.

안 감독은 선문대를 거쳐 지난시즌 도중 서울 지휘봉을 잡아 '익수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유럽생활이 뜻대로 풀리지 않은 이승우는 올시즌을 앞두고 수원FC에 입단하며 K리그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그렇게 스승과 제자는 헤어진 지 6년이 지나 서로를 상대하는 운명을 맞이했다.

안 감독과의 만남을 떠나 이날 경기의 관심은 이승우에게 쏠렸다. 이승우는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으로 서울전을 앞두고 10경기에서 4골(1도움)을 몰아치고 있었다. 골을 넣을 때마다 신명나는 '댄스'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김도균 수원FC 감독은 "이승우가 현재의 활약을 꾸준히 펼친다면 대표팀에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감독이 보는 앞에서 춤을 추는 이승우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라스와 함께 공격 선봉으로 나선 이승우는 수원FC가 3대7 정도로 볼 점유율을 내준 상황에서 볼 터치 횟수가 극히 적었다. 공을 잡아도 상대 미드필더 기성용과 측면 수비수들이 빠르게 달려와 강하게 압박했다. 전반 35분 미드필더 박주호의 경고누적 퇴장에 따른 수적 열세 상황도 이승우의 빛을 잃게 했다.

올시즌 4골을 모두 홈구장에서만 터뜨린 이승우는 내심 상암의 많은 관중 앞에서 'K리그 첫 원정골'을 넣어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길 바랐을 것이다. 이승우는 동계 전지훈련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어릴 적 수원(삼성) 팬이었기 때문에 서울을 이기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승우가 공을 잡을 때마다 서울 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야유를 뚫고 기회가 찾아오긴 했다. 오스마르, 김신진 윤종규에게 릴레이 골을 허용하며 팀이 1-3으로 끌려가던 추가시간 1분이었다. 상대 박스 부근에서 패스를 차단한 이승우는 지체하지 않고 슛을 쐈으나, 골대 밖으로 살짝 빗나갔다. 결국 이승우는 팀의 1대3 패배와 함께 아쉬움 속에 경기를 끝마쳤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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