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절대 1강' 향기 물씬 풍기는 울산, 홍명보 감독 수트의 '전술학'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22-03-29 15:41 | 최종수정 2022-03-30 06:31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우리 와이프가 그래요. '형님' 정말 멋진데 왜 트레이닝복만 입고 나오시냐고." 지난 연말 스포츠조선과의 신년 인터뷰 때 '독수리' 최용수 강원FC 감독이 불쑥 '수트 화두'를 던졌다.

"내가 대표팀 때 늘 양복을 입었잖아. 그건 '아임 레디', 선수들에게 난 준비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였어. 그런데 울산에서의 첫 해는 잘 안 됐어. 여유가 없었어. 하지만 올 해가 울산에서의 진짜 첫 시즌이라고."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의 화답이었다. '첫 시즌'이란 공언은 유효했고, '수트 약속'도 지켰다.

홍명보 감독이 제대로 물을 만났다. 시즌 초반, 울산의 기세는 '절대 1강'의 향기를 물씬 내뿜고 있다. 울산은 K리그1 12개팀 가운데 유일한 무패 팀이다. 5승1무, 승점 16점으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2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13·4승1무1패)와의 승점차는 3점이지만, 늘 우승을 놓고 피튀기게 싸워온 전북 현대(11위·승점 5·1승2무3패)와의 격차는 꽤 벌어졌다. 승점차가 무려 11점. 울산과 전북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 3위 제주 유나이티드의 승점은 11점(3승2무1패)이다.

울산의 오늘, 홍 감독이 만들어가고 있는 작품이다. 2022시즌 출발 직전 팀을 떠난 이동준(헤르타 베를린) 이동경(샬케04) 오세훈(시미즈)의 공백은 없었다. '수트'의 위력은 빛을 더 발하고 있다. 홍 감독은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코치까지 자리를 비워 워밍엄부터 지휘할 수밖에 없었던 포트FC(태국)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3대0 승)를 제외하고 K리그 전 경기에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벤치를 지켰다.

'찐 시즌'의 자신감은 그라운드에 투영됐다. 전술적으로도 허점을 찾을 수가 없다. 특히 27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 더비'가 압권이었다. 울산의 6라운드는 코로나19로 일주일 연기돼 이날 열렸다. A매치 기간, 울산은 플랜B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김영권 조현우 김태환이 벤투호, 김민준은 황선홍호에 차출됐다. 설상가상 김기희는 부상으로 없었고, 임종은은 갓 회복했다. 코로나19의 여파도 지울 수 없었다.

포항에는 분명 기회였다. 하지만 현실(2대0 승)은 정반대였다. 홍 감독은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팔색조' 전술로 포항을 무너트렸다. 설영우는 중앙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했고, 첫 선을 보인 오인표와 최기윤는 K리그가 전혀 낯설지 않았다. 시즌 첫 출전 기회를 잡은 조수혁과 이명재의 활약도 설명이 필요없었다.

선제 축포를 터트린 레오나르도는 나드손(전 수원)→아드리아노(전 서울)에 이어 단신 스트라이커(1m76)의 성공시대를 다시 열 기세다.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없는 팀이 가장 무섭다. 홍 감독이 그런 팀을 만들어가고 있다.


홍 감독은 아직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그는 "선수들에게 압박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선수들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2년째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목표, 어떤 플레이를 해야하는지 공통적인 생각들이 지난해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며 "아직 시즌 초반이다. 앞으로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것들을 선수들과 고민하고 있다. 선수들의 노력이 매우 크다"며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울산은 A매치 브레이크 직후 공교롭게도 인천(4월 2일), 제주(4월 5일)와 원정에서 격돌한다. 홍 감독의 도전은 계속된다. 무패 행진을 계속해서 이어간다면 1위 자리 또한 더 공고히 할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