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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김가을 기자]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홍 감독과 최 감독은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아군 아니면 적군 뿐이다. 두 사령탑은 돌고, 돌아 올해 처음으로 K리그에서 '적'으로 맞닥뜨린다. 무대에 오르기 전 홍 감독과 최 감독을 한 자리에서 만났다. K리그라는 공통분모에서 가진 첫 단독 '듀오인터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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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변신의 해였다. A대표팀 코치, 20세 이하, 올림픽, A대표팀, 항저우 감독을 지낸 홍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잠시 외유했다가 현장으로 복귀, 처음으로 K리그와 만났다. FC서울의 전성기를 이끌며 아시아축구연맹 '올해의 감독상'까지 수상한 최 감독도 16개월 만에 새 길을 찾았다. 시즌 막판인 2021년 11월 강원의 지휘봉을 잡았다.
흘러버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지만 울산의 아쉬움은 여전하다. '트레블(K리그, FA컵,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을 꿈꿨지만 K리그 준우승과 ACL과 FA컵 4강에 만족해야 했다. 홍 감독이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포항과의 ACL 승부차기가 분수령이었다. 우리 선수들이 다른 것들은 못했다고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는데 그 승부차기 딱 하나다. 전북이랑 120분, 포항하고도 120분 경기를 했다. 그 승부차기만 이겼으면 어떻게 될지 진짜 몰랐다. 그 분위기를 탔다면 다 잡았을 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으니까. 이젠 그걸 넘어서야지."
최 감독은 "전북의 유일한 대항마가 울산이었고, 전북을 뛰어 넘을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도 많았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실패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또 다른 내일의 희망을 기대할 수 있는 걸 봤다. 대표선수가 울산에서 거의 다 나오고 있는 것 또한 자부심이 될 수 있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강원은 '0%의 마법'을 풀어냈다.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1차전 승리팀은 한 팀도 예외없이 모두 1부행에 성공했지만 기록은 기록에 불과했다. 1차전에서 패한 강원은 2차전에서 4분 만에 3골을 터트리는 보고도 믿기지 않는 기적으로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최용수 매직'이 역사를 뒤집어 놨다.
홍 감독은 "운이라고 또 얘기하기에는 좀 그렇잖아"라며 웃은 후 "강원 상태가 썩 좋지 않았는데 역시 최 감독이 최고 적임자였다. 감독 능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며 엄지를 세웠다. 훈훈한 분위기에 최 감독은 "2부 감독도 내 커리어에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들어갔다. 1차전 첫 골 먹었을 때도 '아, 광양(전남·2부)까지 가려면'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강원도에서 광양까지는 정말 멀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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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서의 맞대결, 최 감독은 "미리 구상을 알려주겠다. 우리는 극단적인 수비"라며 단칼에 정리하자, 홍 감독은 "올해는 우리가 운이 좋았는데, 내년에는 강원이 많이 달라질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새해 울산도, 강원도 희망이다. 홍 감독은 "지난해는 기존에 있던 전력으로 했는데 올해는 실질적으로 내 생각을 모두 녹여낼 수 있는 첫 시즌이 될 것이다. 우승 말고는 목표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순위를 떠나 미래가 보이는 구단을 만들고 싶다. 명문구단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월드컵의 해'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이 11월 개막된다. 홍 감독과 최 감독은 이구동성으로 "경험하지 못한 겨울월드컵이지만 16강 이상 갈 것으로 본다. 16강 진출 후에는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응원했다.
마지막으로 최 감독이 불쑥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행님', 우리 약속하나 합시다. 우리 경기장에서 양복입고 붙읍시다. 우리 와이프가 그래요. 홍 감독님 정말 멋진데 왜 트레이닝복만 입고 나오시냐고."
홍 감독이 화답했다. "내가 대표팀 때 늘 양복 입었잖아. 그건 '아임 레디', 선수들에게 난 준비돼 있다는걸 보여주는거였어. 그런데 올해는 그게 잘 안 됐어. 양복도 내가 그냥 입니? 내가 너처럼 검은 양복에 빨간 타이 그렇게만 입냐. 여유가 없었어. 하지만 좀 전에도 말했잖아. 올 해가 울산에서의 진짜 첫 시즌이라고. 그렇게 하자."
한 '예능'하는 최 감독은 인터뷰내내 "한국 축구의 상징", "선후배들이 믿고 따르는 부드러운 리더십", "솔선수범", "변함이 없다" 등 존경의 멘트를 수도 없이 날렸고, 홍 감독은 그때마다 "에이 하지마, 또 어디서 방송처럼 하려고"라며 수줍어했지만 싫지않은 기색이었다.
홍 감독과 최 감독은 울산과 강원을 이끌고 3일부터 전지훈련에 돌입한다. 다시 실전을 준비하는 홍 감독이 최 감독에게 마지막 말을 건넸다. "용수야, 건강 챙겨라." 벌써부터 K리그 개막의 '봄기운'이 밀려왔다.
김성원, 김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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