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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북한 국적 선수가 아닌, 한 축구 선수로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인민 호날두' 안병준(30·수원FC)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안병준은 지난 30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대상 시상식 2020'에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북한 대표팀 경력이 있는 조총련계 선수가 최고의 별이 된 것은 K리그 38년 역사상 처음이다. 안병준은 시상식 후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살짝 예상했다"며 "영광스럽다. 축구인생 통틀어 가장 큰 상이다. 큰 자리에서 모든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웃었다. 이어 "한국에서 북한 국적 선수가 뛴다는 게 특이한 케이스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그런 생각 없이 그냥 한 축구선수로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으로 뛴 결과"라고 했다.
올 시즌 내내 맹활약을 펼친 안병준은 마지막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번 세상에 알렸다. 지난 29일 펼쳐진 경남F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0-1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버저비터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안병준은 "경기가 안풀리더라. 실점까지 해서 마음이 급했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전반 끝난 후 선수들끼리 '후반에 무조건 넣을 수 있다'며 긍정적인 이야기를 했다"며 "사실 경기 전날 중요한 순간 페널티킥이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처럼 극적일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VAR로 페널티킥이 선언됐을 때 '이 타이밍에 오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넣으면 영웅, 실패하면 역적이 되는 절대절명의 순간. 안병준은 "내가 차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고, 무조건 넣겠다는 생각만 했다. 전날 연습도 했고, 하던대로 하면 들어갈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도 내가 찰 것이다. 그때도 넣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안병준은 2015년 일본 J리그 시미즈로 떠난 정대세 이후 3년6개월만에 K리그 무대를 밟은 재일교포이자 북한 대표 출신 선수다. 재일교포 3세 출신인 안병준은 2003년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에서 데뷔한 후 제프 유나이티프, 츠에겐 카나자와, 로아소 구마모토를 거쳐 지난 겨울 수원FC의 유니폼을 입었다. 안병준은 "처음 제안을 받고 고민을 했다. K리그에서 뛰었던 정대세, 안영학 형한테 고언을 구했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는 안병준은 한국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북한 선수라 크게 불편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는 조총련계 선수들이 K리그에 대해 묻는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할 것"이라고 했다.
올 시즌 K리그2 최고의 별이 된 안병준의 내년 시즌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다. K리그2 최고의 선수는 K리그1에서도 통한다는 공식이 완성된 만큼, 많은 팀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J리그에서도 지켜본다는 후문이다. 안병준은 "플레이오프가 끝날 때까지 그런 생각 안하고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아직 내년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내 미래는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K리그1에서 내가 얼마나 통할지도 궁금하고, J리그 복귀 생각도 없지는 않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안병준은 "K리그에서 열심히 하고 좋은 결과를 내자는 결심을 하고 왔다. 솔직히 올해 같은 경우에는 원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 많은 것을 이뤄냈다"며 "앞으로 이 상에 부끄럽지 않게 선수로서, 인간으로서 발전할 수 있도록 겸손한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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