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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8일 이 보다 더 행복한 선수가 있을까. 역대급 선수 은퇴식을 치른 이동국(41·전북 현대)이 일주일 만에 시즌 두 번째 트로피를 들었다. 이번 트로피는 조금 더 특별했다. 프로 23년 경력을 통틀어 단 한번도 만져보지 못한 'FA컵'이기 때문이다.
이동국은 지난 1일 '하나원큐 K리그1 2020' 최종전을 통해 K리그1 우승을 확정한 다음날, 아시아축구연맹(AFC) A급 지도자 교육을 이수하기 위해 남원으로 떠났다. 지난 4일 울산에서 열린 '2020년 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에 결장했던 이동국은 8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결승 2차전을 앞두고는 특별휴가를 받아 전주를 찾았다. 동료들의 우승을 지켜보러 온 게 아니었다. 교체엔트리에 포함된 그는 팀이 이승기의 연속골로 2-1 역전한 후반 44분 투입되기 전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이동국이 유니폼을 입고 투입을 준비하자 이날 50% 유관중 허가가 떨어져 경기장을 찾은 5천여 홈팬들은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동국은 5분 남짓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추가시간 무릴로의 컷백을 받아 '커리어 마지막 슛'을 날리기도 했다. 슛이 득점으로 연결됐다면 또 하나의 역사적인 장면이 만들어질 법 했다. 이동국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공을 따내기 위해 마지막까지 태클을 불사했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이동국은 수년간 동고동락한 선수들과 얼싸안고 우승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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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에게 FA컵 우승은 무척 특별하다. 이동국은 전북에서 총 8번의 K리그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한번을 맛봤다. 하지만 FA컵과는 유독 연이 닿지 않았다. 2013년 팀이 결승에 올라 '친정' 포항 스틸러스와 맞붙었는데, 그날 1대1 무승부 후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결국 우승에 실패했다. 당시 포항이 K리그 최초로 더블을 달성하는 모습을 지켜본 이동국은 은퇴를 앞두고 개인 커리어에 '더블'과 'FA컵'을 새겼다. 또한 '10'도 새겼다. 전북에서만 무려 10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영광을 안고 선수 커리어를 마감했다. 이동국이 2009년 전북에 입단한 이후 K리그에서 이동국보다 더 많은 트로피를 따낸 선수와 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전북은 이날 최강희 전 감독 시절에도 이루지 못한 대업적을 달성했다. 단일시즌 2개 대회 우승을 의미하는 '더블'이다. 앞서 울산 현대와의 K리그1 싸움에서 역전 우승한 전북은 이날도 '현대가 라이벌' 울산을 꺾고 2관왕에 올랐다. 전북은 FA컵 결승 원정 1차전서 1대1로 비겼고, 홈 2차전에선 이승기의 멀티골로 2대1 역전승했다. 이승기가 FA컵 MVP에 뽑혔다. 전북 구스타보(4골)는 대회 득점왕을 차지했다. 전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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