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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클럽맨에서 제주 우승 주역으로, 김오규 스토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0-11-04 10:33


사진=김 용 기자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강원과 만나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제주 유나이티드는 강등 한 시즌만에 K리그2 우승을 차지하며 승격을 확정지었다. 외국인 선수 없이 남기일 감독과 국내 선수들이 똘똘 뭉쳐 만든 값진 결과물이었다.

여러 우승 주역들이 있지만, 수비수 김오규(31)도 빼놓을 수 없는 선수다. 지난 7월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K리그1 강원FC에서 제주로 적을 옮겼고, 이후 권한진-정 운과 함께 제주 스리백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김오규가 합류한 후 제주 수비가 안정되며 15경기 연속 무패의 주춧돌이 놓여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연이 있는 선수다. 2011년 강원에 입단해 상주 상무에서 뛴 두 시즌을 제외하고 10년 동안 한 팀에서만 뛰었다. 여기에 학교도 강릉농공고-가톨릭관동대 모두 강릉에서 나왔다. 그야말로 강릉, 강원 토박이에 강원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강원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지만 이번 시즌 처음으로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임채민, 김영빈 두 젊은 선수가 수비진 중심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제주에서 콜이 왔다. 섬으로 떠나야 하고, K리그2로 내려가야 하는 선택이었다.

김오규는 "어렸을 때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가치를 몰랐다. 하지만 군에 다녀온 후 강원에서 계속 뛰다보니 원클럽맨의 상징성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마음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었다.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상황에서 구단도, 나도 서로의 의견만을 내세울 수가 없었다. 프로 세계에가 그렇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던 순간 제주에서 오퍼가 왔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팀, 무대를 떠나 그저 내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만 있었다"고 했다.

막상 강원을 떠난다고 하니 쉽지 않았다. 김오규는 "마지막 인터뷰를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 내가 울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제주 적응도 쉽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했다. 새 동료들과는 서먹서먹하고, 퇴근하고는 혼자 방에 있어야 했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부분을 공부해야하고, 선수들 성향도 파악해야 하고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심에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했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하지만 남기일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경기에 출전하고, 계속 팀이 이기는 등 승승장구하자 제주 생활이 풀리기 시작했다. 김오규는 "이적 후 첫 경기부터 이겼다. 내가 온 후 딱 한 번 졌다. 경기를 하고, 훈련을 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처음에는 (권)한진이형, (정)운이에게 잘 맞춘다는 생각을 했고, 적응 후에는 내 의견도 얘기하며 서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을 도왔다. 호흡이 정말 좋았다. 여기에 가족들까지 정착을 위해 이사롤와 너무 든든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이적하자마자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김오규는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아 우승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우승하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가 부지기수인데, 프로 10년 만에 우승을 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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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자신이 활약하던 K리그1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친정 강원을 상대할 일도 생긴다. 김오규는 "그 상황이 와야 어떤 마음이 들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우리팀에 전남 드래곤즈에서만 뛰다 올시즌 온 김영욱이 있다. 첫 광양 원정을 갔는데 정말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고 하더라. 나도 그런마음일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강원에서는 정말 좋은 기억만 가지고 왔다.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지금은 제주에서 좋은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가족들도 좋아한다. 앞으로는 베테랑으로서 팀 후배들에게 노하우도 전수하고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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