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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강원과 만나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제주 유나이티드는 강등 한 시즌만에 K리그2 우승을 차지하며 승격을 확정지었다. 외국인 선수 없이 남기일 감독과 국내 선수들이 똘똘 뭉쳐 만든 값진 결과물이었다.
사연이 있는 선수다. 2011년 강원에 입단해 상주 상무에서 뛴 두 시즌을 제외하고 10년 동안 한 팀에서만 뛰었다. 여기에 학교도 강릉농공고-가톨릭관동대 모두 강릉에서 나왔다. 그야말로 강릉, 강원 토박이에 강원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강원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지만 이번 시즌 처음으로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임채민, 김영빈 두 젊은 선수가 수비진 중심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제주에서 콜이 왔다. 섬으로 떠나야 하고, K리그2로 내려가야 하는 선택이었다.
김오규는 "어렸을 때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가치를 몰랐다. 하지만 군에 다녀온 후 강원에서 계속 뛰다보니 원클럽맨의 상징성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마음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었다.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상황에서 구단도, 나도 서로의 의견만을 내세울 수가 없었다. 프로 세계에가 그렇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던 순간 제주에서 오퍼가 왔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팀, 무대를 떠나 그저 내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만 있었다"고 했다.
막상 강원을 떠난다고 하니 쉽지 않았다. 김오규는 "마지막 인터뷰를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 내가 울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제주 적응도 쉽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했다. 새 동료들과는 서먹서먹하고, 퇴근하고는 혼자 방에 있어야 했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부분을 공부해야하고, 선수들 성향도 파악해야 하고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심에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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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적하자마자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김오규는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아 우승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우승하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가 부지기수인데, 프로 10년 만에 우승을 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곧바로 자신이 활약하던 K리그1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친정 강원을 상대할 일도 생긴다. 김오규는 "그 상황이 와야 어떤 마음이 들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우리팀에 전남 드래곤즈에서만 뛰다 올시즌 온 김영욱이 있다. 첫 광양 원정을 갔는데 정말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고 하더라. 나도 그런마음일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강원에서는 정말 좋은 기억만 가지고 왔다.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지금은 제주에서 좋은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가족들도 좋아한다. 앞으로는 베테랑으로서 팀 후배들에게 노하우도 전수하고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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