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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3번째 승격, 뿌듯하고 자부심 있다."
'승격 청부사', '승격 전도사'. 이 사람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가 있을까.
승리의 환희가 채 가시기도 전, 스포츠조선이 남 감독을 만나 지난 한 시즌 제주에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축구에 대한 자신의 신념과 철학이 확실했다. 그리고 K리그1 승격에 만족하지 않고, 그의 눈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가 지났다. 우승, 승격이 실감이 나는지.
아직 실감이 안난다. 선수들과 기념 회식도 하고, 시즌이 완전히 끝나야 그 때 가서 실감이 날 듯 하다.
-광주, 성남에서는 승격은 했어도 우승은 못했었다.
맞다. 그래서 우승이 굉장히 기쁘다. 구단에서 좋은 스쿼드를 유지해주셨기에 가능했다. 감사하다. 또 우리가 K리그2로 떨어졌어도 응원해주시고 지켜봐주신 팬들께도 감사하다. 이게 우승으로 연결된 힘이다.
-벌써 3번째 승격이다. 본인 스스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나.
각 팀들마다 목표가 있다. 나는 승격도 좋지만 그 목표들을 이뤄왔다는 것에 뿌듯하다. 내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3번의 승격, 큰 의미가 담긴 것 같다. 3개의 다른 팀을 승격시킨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승격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로 설명하기 쉽지 않지만 한 마디로 하면 정말 어렵다.
-'승격 청부사'라는 닉네임을 달고 제주에 오게 돼 부담은 없었나.
처음 감독직 제의가 왔을 때 나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셨다. 물론 부담이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 혼자가 아니었다. 나와 함께 하는 스태프들이 있었다. 그 분들의 도움 덕에 해낼 수 있었다. 나도, 구단도 K리그1에 올라가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함께 가자는 마음이 잘 모였다.
-돈 잘 쓰는 기업 구단 감독이 돼 기대가 크기도 했을텐데.
광주, 성남을 거쳐 시민 구단의 어려움을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기업 구단 감독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제주에 온 결정적인 이유였다. 올시즌을 통해 투자한만큼 성적이 더 잘 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투자를 통해 축구를 더 활성화 시키는 팀들이 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제주에 어떤 문제가 있었나.
선수들의 자신감이 너무 떨어져 있었다. 웃지를 않더라. 무서운 감독이 와서 그런가.(웃음) 선수들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길을 못찾는 듯 보였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주인공이 되려면 다 힘들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는 건 주인공이다. 힘든 과정들이 자양분이 돼 여러분 모두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개막 후 부진했다. 주장 이창민은 '올해도 포기해야 하나' 생각했다고 하더라.
나도 많이 힘들었다. K리그2에 대한 적응이 필요했다. 선수들이 K리그1과 다른 경기 템포에 어려움을 겪었고, K리그2 각 팀들이 감독을 많이 바꿔 서로 예상하지 못한 부분들도 있었다. 나도, 선수들도 당황했다. 원점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첫 승을 거둔 부천FC 원정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 부천전부터 선수들이 편안하게 뛰더라. 이기려고 하기보다 잘할 수 있는 걸 하기 시작했다. 당시 3전승이던 부천을 이기며 선수들의 자신감이 생겼다.
-사실상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렀다.
좋은 외국인 선수가 있으면 당연히 힘이 된다. 하지만 우리 팀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데, 외국인 선수들이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 국내 선수들의 스쿼드도 괜찮았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즐거워하며 뛰었다. 호흡이 정말 좋았다. 새로운 선수가 들어가면 그 선수가 잘하게 도와주고, 그 선수는 기존 동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 열심히 뛰었다. 그 힘으로 외국인 선수 부재를 이겨냈다. 사실 시즌 중반 새 선수를 영입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상무에서 전역해 돌아오는 선수들(진성욱 류승우 이찬동)고 함께 하고 싶었다.
-공민현, 이동률, 진성욱, 임동혁 등 어려울 때마다 깜짝 스타들이 튀어나왔다. 감독의 힘인가.
(웃으며) 아니다. 선수들이 잘해줬다. 모두에게 기회를 줄 수 없다. 하지만 기회를 받지 못하는 선수들도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가 굉장히 좋았다. 어떤 선수 하나 팀 분위기를 망치지 않았다. 부상, 징계 등으로 주전 선수가 빠질 때 들어가는 선수들이 알아서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창민, 정조국 등이 분위기를 잘 잡아줬다.
-특별히 고마운 선수들이 있는지.
모두 고맙다. 주장 이창민도 생각나고, 안현범도 오승훈도 권한진도 고맙다. 선수 전원을 언급해도 될만큼 잘해줬다. 무엇보다 고마운건 선수들의 희생이다. 우리 선수들은 자기 색깔이 강했다. 능력은 좋은데,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이창민이 가진 걸 내려놓고 동료들을 빛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안현범도 마찬가지다. 조연 역할을 했지만, 결국 주연이 될 거라고 얘기했다. 선수들이 이 부분을 잘 따라와줬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 선수는 누구인지.
이동률과 진성욱. 깜짝 놀랐다. 이동률은 원래 키워보고 싶은 선수 중 하나였다. 잘 키우면 제주의 자산이 되겠다 생각했다. 베테랑도 당연히 팀에 필요하지만, 어린 선수들을 키우는 것도 감독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시즌 중후반 상대 라인을 무너뜨릴 수 있는 선수를 찾고 있었는데, 원하는 시기에 맞춤형 선수가 딱 나타나줬다. 진성욱도 상무 제대 후 주민규가 부상을 당했을 때 투입돼 필요할 때마다 골을 넣어줬다. 외국인 선수가 없어 골을 못넣을 거라는 평가를 잠식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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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기만 생각하지 않는다. 제주는 2부에 있을 팀이 아니었다. 그리고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된다. 팀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누군가 계속 긴장해야 한다. 그게 감독이 할 일이다. 골 넣고 이기면 기분 좋지만, 앞으로 더 중요한 일들이 이어지기에 그 뒤만 생각한다. 그래서 잘 웃지 못한 것 같다. 물론 골 넣으면 좋아서 웃는데, 올헤는 마스크에 가려 잘 안보였던 것 같다.
-우승 확정 후 곧바로 내년 시즌 대비 선수 보강 얘기를 했다.
올해 초에도 구단이 원하는 선수들을 많이 영입해주셨다. 매우 감사하다. 내년 시즌도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확실하다. 그 목표를 이루려면 선수단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 선수를 영입하고, 기존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동시에 써야 한다. 팀이 멈추면 안된다. 계속 변화해야 한다. 선수 영입은 구단과 잘 얘기하고 생각을 맞춰야 하는 부분이다. 외국인 선수, 국내 선수 모두 보강이 필요하다.
-K리그1에서 다시 싸우게 된 소감은.
K리그1으로 돌아가도 흔들리지 않는 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계속 발전하고, 단단한 팀이 돼야 한다.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겠다.
-특히 작년까지 지도했던 성남과 만나면 기분이 남다를 듯 하다.
성남이 2018년 어렵게 승격했다. 성남이 강등 당하지 않기를 응원했다. 그래도 쉽게 떨어지지 않을거라 생각은 했다. 승격을 하며 팀이 단단해졌기에, 버틸 수 있다고 봤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멀리서 응원했다. 내년 성남과 만나게 되면 남다른 느낌이 들 것 같다. 이건 광주도 마찬가지다. 축구의 일부분이다. 서로간의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승격 청부사' 이미지로만 굳어지지 않으려면 K리그1에서도 좋은 성적이 필요하다.
승격 청부사, 전도사 다 좋다. 그러나 내가 가장 뿌듯한 건 팀들이 원했던 목표를 이뤘냈다는 것이다. 제주의 내년 목표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목표를 위해 뛸 것이다.
-감독 남기일의 마지막 목표는 무엇인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있다. 물론 지금 구체적으로 말씀은 못드린다. 다만 감독도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빠르게 변한다. 이 흐름에 감독이 따라가지 못하면 안된다. 내가 가진 틀 안의 축구를 고집하면 발전이 없다. 그 부분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올해 기업 구단 제주에서 기회를 얻어 내 역량을 마음껏 펼쳐봤다고 생각한다. 구단에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내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꿈꾸는 그림을 앞으로도 계속 그려나갈 것이다.
제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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