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변방'美 황금세대의 유럽 빅클럽 침공, 우연일까?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0-10-07 13:18


◇FC바르셀로나 소속 미국 수비수 세르지뇨 데스트. EPA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레바뮌'(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의 약자)은 국내팬 사이에서 유럽 축구의 빅클럽을 뜻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이중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은 지난 5일 종료된 유럽 이적시장에서 19살짜리 측면 수비수를 두고 경쟁했다. 아약스 출신 세르지뇨 데스트(19)다. 선수의 의지에 의해 바르셀로나가 최종 승자로 남았다.

데스트는 입단식에서 선보인 어설픈 리프팅과 국적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는 월드컵을 한번 개최해봤을 뿐, 월드컵 우승컵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축구 변방' 미국 출신이다. 100년이 넘는 바르셀로나 역사에 기록될 첫 번째 미국인 되겠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유럽 이곳저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 미드필더 웨스턴 맥케니(22)는 지난달 샬케04에서 이탈리아 챔피언 유벤투스에 입단하는 영예를 누렸다. 그 역시 유벤투스에 입단한 첫 번째 미국인이다.

둘을 포함한 수많은 미국 출신들이 유럽 빅리그에 진출했다. 크리스티안 풀리시치(22·첼시), 지오반니 레이나(18·도르트문트), 잭 스테판(25·맨시티), 타일러 아담스(21·라이프치히), 조시 사르겐트(20·베르더 브레멘), 티모시 웨아(20·릴) 등이다.

2000년대 이후 유럽에서 뛰는 미국 출신들은 더러 있었지만,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숫자가 진출한 적은 없었다. 주력 1군으로 보긴 어렵지만, 콘래드 데 라 푸엔테(19·바르셀로나), 크리스 리차즈(20·바이에른 뮌헨)도 엄연히 빅클럽 소속이다.


◇유벤투스 미드필더 웨스턴 맥케니는 입단 직후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오반니 레이나(왼쪽)는 과거 맨시티에서 뛴 클라우디오 레이나의 아들이다. AFP연합뉴스
대다수는 20대 전후 젊은 선수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완성형 선수'가 되기 전 일찌감치 유럽에 진출해 차츰차츰 클럽 레벨을 높였다. '캡틴 아메리카' 풀리시치는 도르트문트에서 껍질을 벗은 뒤 첼시로 이적했다.

그렉 베르할터 미국 대표팀 감독은 지난주 '사이러스XM'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과거 유럽 빅클럽과 경기를 하 때, 상대팀에 있는 토티, 호나우두, 비에리와 같은 선수의 유니폼을 받길 원했다. 지금 이 친구들은 그들이 뛰던 팀에서 뛴다. 전혀 다른 레벨"이라고 놀라워했다.


비슷한 세대가 동시에 '유럽 침공'에 나선 게 단순한 우연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미국 축구 차원의 '13년 프로젝트'가 미국 내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USSDA'(미국 축구 개발 아카데미)에서 발육기에 있는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키웠다. 훈련량을 대폭 줄이고, 고연령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게 했다. 풀리시치, 맥케니, 레이나, 아담스 모두 'USSDA'의 관리를 받았다.

풀리시치와 같이 일찌감치 유럽 유명 구단으로 향해 성공 가도를 달리는 '선배'들로부터 자극을 받은 '후배'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져나왔다. 미국 매체 'SI'(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따르면, 현재 미국프로리그(MLS)에서 활동하는 'USSDA' 출신이 30명이 넘는다. 2부에는 120명 이상이다. 그중에는 15세 선수도 있다. 대학을 거쳐 보통 20대 초반에 프로에 데뷔하는 국내와는 성장 환경부터 다르다.

유럽 최고의 팀에서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거나, FIFA 올해의 선수 후보에 오를 정도의 선수가 나온 게 아니라, 이 세대가 진짜 황금인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빅클럽에서도 인정할 정도의 실력파 유망주들이 쏟아져나왔다는 것이다.

도르트문트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넓히고 있는 레이나는 최근 'SI'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흥미로운 그룹이라고 생각합니다. 풀리시치, 맥케니, 아담스, 사르겐트, 데스트 등등. 우리는 정말, 정말, 정말로 뛰어난 젊은 그룹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국 축구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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