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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지난 22일이었다.
수원과의 단두대매치를 승리로 이끈 후, 인천 유나이티드 사무국이 분주해졌다. 전달수 대표이사의 거취 때문이었다. 전 대표는 이임생 감독 선임 불발건을 통해 만신창이가 됐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이어진 억측, 오해 등으로 병원신세까지 졌다. 성적까지 곤두박질친 상황, 전 대표는 책임을 지기로 결심했다. 인천 서포터스가 잔류를 촉구했지만, 전 대표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구단주인 박남춘 인천시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달 중순부터 여러번 사퇴의사를 밝혔고, 이미 사직서까지 제출했다.
전 대표의 잔류를 원하는 건 서포터스만이 아니었다. 당초 전 대표의 취임을 반대했던 시민주주연합도 함께 했다. 여기에 경기 후 선수단 주장, 부주장인 이재성 김도혁 김호남도 가세했다. 마지막으로 인천 프런트들까지 합세해, 대표이사실을 가득채웠다. 서포터스와 시민주주연합은 "지금 상승세를 탄 시점에 원팀이 되어야 하는데, 그 정점에 있는 대표가 사퇴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설득했다. 선수들도 "누구보다 구단을 위해 노력하신 대표님을 위해 우리가 보답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마음을 전했다.
사실 시도민구단에서 '대표'는 '공공의 적'이다. 선거에 공을 세운 보은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게 대부분이다. 구단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마다, 집중 타깃이 된다. 때문에 '대표 퇴진' 구호는 익숙하지만, '대표 잔류'를 요구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전 대표는 박 시장의 설득 속 인천 수장직에 올랐다. 사실 전 대표는 선거 당시 박 시장의 상대편이었던 유정복 후보 캠프 출신이다. 전 대표를 지켜본 박 시장은 '탕평인사'를 진행했고, 전 대표는 박 시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인천 대표가 됐다.
전 대표는 '투명한 경영'을 취임 일성으로 했다. 그는 시민들의 혈세를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다짐 속 구단을 이끌었다. 전지훈련비도, 수당도, 선수들 회식비도 사비로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코로나19로 인천시 재정이 흔들리자, 연봉도 반납했다. 전 대표 임기 내 계속된 풍파가 이어졌음에도, 전 대표 붙잡기에 나선 것은 그가 그간 보여준 모습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였다.
이들의 진심 어린 설득에, 결국 전 대표도 마음을 돌렸다. 앞만 보고 있던 전 대표는 뒤쪽에도 수많은 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그 자리에 있던 몇몇도 함께 울었다. 전 대표는 "들어오는 것 보다 나가는 게 더 힘들다"고 웃은 뒤 "내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원하는 만큼, 인천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 대표 붙잡기'로 서포터스, 프런트, 선수단이 모처럼 모두가 '원 팀'이 된 인천의 다음 목표는 '잔류'다. 2연승으로 조금씩 서막이 보이더니, '에이스' 무고사의 A매치 차출이 취소되는 '행운'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 기적이란 게 나온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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