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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포항은 기본적으로 구단 운영비가 한정적이다. 외부에서도 알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인정한다.
그 상황에 맞춰 선수단을 꾸린다. 객관적 전력 자체는 냉정하게 최상위권 전력은 아니다.
13경기를 치렀다. 7승3무3패, 승점 24점. 3위다.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수비형 미드필더 최영준이 중심을 제대로 잡는다. 전북에서 임대된 선수지만, 포항 전력의 핵심 중 핵심이다. 대체 불가능한 카드다.
1588 라인이라 불리는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팔라시오스, 오닐이 '척추 라인'을 잘 잡아주는 부분도 크다. 여기에 U-22세 카드로 올 시즌 강력한 영 플레이어상 후보로 떠오른 송민규의 성장도 한 몫했다.
그런데, 이 모든 중심에는 포항 김기동 감독의 세밀한 전술과 확고한 원칙이 깔려 있다.
자세히 살펴보자.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최순호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에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시즌 막바지 포항은 갑자기 힘을 냈다.
올 시즌 김 감독의 원칙은 뚜렷했다.
일단 수비 강화다. 포항은 26골을 기록 중이다.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울산(32골)에 이어 득점 2위다. 실점은 15점이다. 전북, 울산, 성남에 이어 리그 4위다.
때문에 언뜻 보면 포항의 축구는 저돌적 공격축구같다. 일류첸코의 뛰어난 결정력, 팔라시오스의 저돌적 돌파를 단편적으로 보면 더욱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포항 축구의 핵심은 수비다. 특히, 센터백 김상원 하창래,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최영준의 유기적 플레이가 핵심이다.
포항을 지탱해 주는 강력한 힘이다.
이미 김 감독은 시즌 전부터 수비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실제 그렇게 됐다. 단지, '수비축구'로 보이지 않는 것은 공격과 수비의 촘촘한 간격, 그리고 공수 전환 속도가 상당히 빠르기 때문이다. 결국 탄탄한 수비로 상대 예봉을 막고, 가장 효율적 카운트 어택을 한다. 공수 전환이 빠르기 때문에 공격에서 순간적으로 숫자가 상당히 많아 보인다. 김 감독의 축구 철학이 녹아들어간 부분. 실제 현실이 됐다.
두번째는 전술적 유연함이다. 개막전, 부산은 전반 상당히 강하게 나왔다. 이를 이미 예측하고 있었던 김 감독은 수비에 좀 더 포인트를 줬고, 결국 일류첸코를 중심으로 한 효율적 중앙 역습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2대0으로 승리.
우여곡절이 상당히 많았다. 김용환 심상원 등 4백의 양 날개가 모두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군 입대. 여기에 유일한 일류첸코의 백업 자원 허용준도 상무로 차출됐다.
과감한 스리백 전환으로 인천전 4대1 대승. 단, 부작용은 있었다. '동해안 더비' 울산전에서 0대4 패배. 객관적 전력이 우위인 울산을 맞아 갑작스러운 스리백 전환에 따른 부작용이 나오자, 김 감독은 곧바로 다시 전술을 수정했다.
지난 6월16일 전북전에서 1대2 패배. 팔로세비치, 이승모 등 주력 선수들이 부상을 입었다.
그러자, 김 감독은 또 다시 '기어'를 바꿨다. 공격형 미드필더 팔로세비치가 빠지자, 이 자리를 심동운으로 대체. 최근에는 팔라시오스를 중앙, 이광혁을 오른쪽 사이드에 배치하면서 좋은 효과를 얻고 있다.
즉, 중심을 굳건히 세우고, 상대에 따라, 선수단 내부에서만 알 수 있는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최적의 포지션에 배치하면서 포항의 전력을 극대화시켰다.
물론, 26일 인천전 1대1 무승부는 아쉬웠다. 단, 백업이 약한 포항 입장에서 후반 주축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감이 극심했다. 객관적 전력을 보강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정말 어려운 문제다.
경기는 선수가 한다. 객관적 전력을 결정하는 것도 선수의 몫이 크다. 하지만, 상대에 따른 최적의 포지션 배치, 명확한 팀 컬러와 원칙이 없으면, 이 객관적 전력을 극대화할 수 없다. 게다가 시즌을 치르면서 발생하는 변수에 대한 유연한 대처도 매우 중요하다. 이 부분은 명확히 감독의 몫이다.
이런 점에서 포항의 예상치 못한 3위는 김기동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결과물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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