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스토리] 서울-수원, '슬퍼매치'를 다시 슈퍼매치로!

정재근 기자

기사입력 2020-07-05 13:00


단두대 매치가 된 양팀 감독의 표정은 비장했다.

[수원=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슬퍼매치'로 가치하락된 국내 최고의 라이벌전을 두 팀이 화끈한 난타전으로 명예회복시켰다.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과 FC 서울이 2020년 첫 슈퍼매치를 벌였다.

9위 서울과 10위 수원. '슈퍼매치'라는 말이 무안할 정도로 양팀의 성적은 좋지 않다.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강등권으로 추락할 수도 있는 단두대 매치였다.

최용수-이임생, 양팀 감독의 표정도 어느 때보다 비장했다. 반드시 이겨야하는 경기였다. 특히 수원은 2015년 4월 18일 원정 경기에서 1대5로 패한 후 16경기에서 한 번도 서울을 이기지 못했다. 지도자 교육을 받고 있는 염기훈도 휴가를 받아 팀 벤치에 합류했다. 언제든 그라운드에 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라운드에서 마주보고 있는 양팀 선수들. 수원=정재근 기자

'여차하면 나간다!' 팀의 정신적 지주 염기훈도 벤치에서 박수를 치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시작은 수원이 앞서나갔다. 전반 7분 수원 박상혁의 슈팅 때 서울 윤영선이 뻗은 팔에 공이 맞았다. VAR 결과 패널티킥. 키커로 나선 타가트가 침착하게 유상훈 골키퍼의 오른쪽으로 차 넣으며 골을 성공시켰다.



서울도 반격에 성공했다. 전반 28분 조영욱이 사이드에서 건넨 패스를 박주영이 골로 성공시키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박주영은 이 골로 슈퍼매치 통산 9호골을 기록했다. 데얀이 가지고 있던 8골을 제치며 슈퍼매치 최다득점자로 올라섰다.



하지만 전반전은 수원의 시간. 전반 41분 타가트가 멀티골을 성공시켰다. 이어 숨 돌릴 틈도 없이 김건희가 쐐기골을 박아 넣으며 수원이 3대1로 앞서나갔다. 수원의 지긋지긋했던 슈퍼매치 무승굴욕이 깨지는 듯 싶었다.



전반 종료직전 팀의 세 번째 골을 성공시킨 김건희.

최용수 감독이 가만있지 않았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김원식 대신 김남춘을 투입하고 투톱에서 스리톱으로 전술을 변경했다. 효과는 곧 나타났다. 후반 11분 박주영의 패스를 받은 조영욱의 강력한 오른발 슛이 수원의 왼쪽 모서리 골대를 갈랐다. 박주영과 조영욱이 이날 서로 주고 받으며 두 골을 합작한 셈이다. 서울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고, 4분 후 고광민의 동점골이 터지며 승부는 3-3 원점으로 돌아왔다.


수원 골키퍼가 손도 못 쓴 조영욱을 골. 골문 모서리에 정확히 꽂히고 있다.

'한 골만 더!' 조영욱의 추격골 후 서울 선수들이 다음 골을 위해 뛰어나오고 있다.

프리킥 때 흘러나온 공을 고광민이 동점골로 연결시켰다. 박주영, 조영욱, 한승규가 달려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승리를 자신했던 수원의 처지가 오히려 초조해졌다.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던 수원의 정신적 지주 염기훈이 투입돼 분위기를 가져오기 위해 애썼지만 3-3 스코어는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릴 때까지 바뀌지 않았다. 양팀의 마지막 슈팅은 나란히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나갔다. 수원은 이겨야 했던 경기를 놓쳤고, 서울은 수원전 17경기 연속 무패(9승 8무)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후반 22분 투입된 염기훈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치열했던 양팀의 공방전은 결국 3-3 무승부로 끝났다.

김봉수 코치가 심판에게 강력히 항의했지만 돌아온 건 옐로카드

승부는 3-3 무승부였지만 심리적 승리는 서울이 거뒀다.

아쉬워하고 있는 염기훈과 헨리.
화려하고 뜨거웠던 '슈퍼매치'는 이제 과거의 추억이다. 지금은 하위권에 처진 두팀의 경기를 '슈퍼매치'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경기내용이라면 팬들은 이해한다. 무승부였지만 3대3이라는 스코어가 말해주듯 박진감 넘치는 진짜 '라이벌전'을 펼쳤다. 코로나19 때문에 관중없는 경기장이 선수들의 투지로 뜨거웠다. 목청 높여 응원하는 팬들이 함께 했다면 경기장은 분명 함성과 탄식으로 폭발했을 것이다. 이날 수원과 서울의 경기는 '슈퍼매치'라 불러도 손색없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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