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과 팀워크의 절묘한 밸런스, '골무원' 주니오가 더 돋보이는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0-06-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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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그게 바로 스트라이커의 본능(Striker instinct) 아닐까."

올 시즌 K리그1 득점 레이스는 초반부터 한 명의 독주와 후보군의 추격으로 흘러가고 있다. 마치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울산 현대 외국인 스트라이커 주니오(34)의 득점 기세를 과연 누가 따라잡을 수 있을 지가 포인트. 일류첸코(포항)나 이동국(전북) 고무열(강원) 팔로세비치(포항) 등 2~3위 그룹이 열심히 따라붙지만, 주니오는 오히려 더 가속 페달을 밟는 분위기다.

'하나원큐 K리그1 2020' 개막 후 7경기에서 무려 8골. 4라운드 광주FC전을 빼고는 매경기 골을 터트리고 있다. 골의 '영양가'도 매우 높다. 포항과의 5라운드 '동해안더비' 때는 1골-1도움으로 지난해의 '원한'을 갚는 데 앞장서더니 6라운드 성남전에서는 결승골, 7라운드 강원전에서는 쐐기골을 터트렸다. '주니오 골=울산 승리'라는 연결고리가 갈수록 단단해진다.

이러한 맹활약의 비결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울산에서만 3년차인 주니오는 위협적인 선수이긴 했어도 이 정도로 '골냄새'를 잘 맡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골무원'이라는 별명도 올해가 돼서야 붙은 영예로운 애칭이다. 지난 16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8번째 골을 터트리며 승리에 쐐기를 박은 주니오에게 자신의 별명과 올 시즌 유난히 득점력이 좋아진 이유에 관해 물었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이 모두 좋은 덕분인지 주니오는 풀타임 경기를 소화하고 나서도 여유가 흘러넘쳤다. 그는 "골무원이라는 별명을 잘 알고 있고,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미소를 띄었다. 이어 "올해 득점이 잘 나오는 건 사실 나 혼자 해서 된 건 아니다. 가족과 팀 스태프, 동료들 등 주변의 모든 분들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며 '모범생'같은 답을 했다.

그런데 이내 주니오에게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꽤 상반된 가치다. 하나는 한 없이 팀을 위해 헌신하고, 동료를 앞세우는 '팀워크'다. 김도훈 감독이 주니오를 칭찬해마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점 때문이다. 이것이 잘 나타난 게 이날 울산의 강원전 세 번째 골 장면 때였다. 2-0으로 앞서던 울산은 후반 41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당연히 팀내 득점 에이스인 주니오가 찰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주니오는 외국인 선수 비욘 존슨에게 페널티킥 기회를 스스로 양보했다. 김 감독은 이례적으로 이런 장면을 언급하며 주니오의 팀워크를 칭찬했다.

주니오는 이 장면에 관해 "우리는 한 팀이니까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존슨이 훈련도 열심히 하고 (득점)기회를 기다려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양보할 만한 가치가 있었고, 존슨은 그 기회를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했다"고 뜨거운 동지애를 과시했다.

그런데 이 장면이 나오기 불과 10분 전에는 전혀 다른 주니오의 모습도 포착됐다. 1-0으로 앞선 울산이 코너킥 기회를 맞이했다. 빠르게 올라간 공이 김기희 머리에 걸려 반대편 골포스트 쪽으로 날아갔다. 그대로 골문 구석으로 들어갈 듯 하던 순간. 번개처럼 쇄도한 주니오가 민첩하게 발끝으로 공을 확실히 밀어넣었다. 주니오의 8호골 장면. 울산 동료들은 모두 기뻐했지만, 김기희 입장에서는 아쉬웠을 법 하다. 그대로 놔뒀다면 자신의 골이 될 수 있었다.


주니오도 김기희에 대해 미안해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골이 안될 것 같아 밀어넣었는데, 나중에 심판에게 물어보니 골이 될 것이었다고 하더라. 김기희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마도 그런 장면이 또 나오더라도 주니오는 같은 플레이를 했을 것이다. 그는 "그런게 바로 스트라이커의 본능이다. 본능대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올시즌 고감도 득점행진의 원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스트라이커로서의 본능에 충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최대한 팀을 위한 플레이를 하려는 마음가짐. 주니오가 더 돋보이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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