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봐야 하나'...K리그 심판배정 사전 공개 논란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0-05-21 05:20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하필 이 시기에 빌미를…." vs "투명하게 공개할 때다."

올 시즌부터 바뀐 K리그 심판 배정 사전 공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K리그 심판 운영권은 올해부터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대한축구협회로 넘어갔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른 조치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심판 관리는 각국 협회가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 것에 맞춰 대한축구협회는 심판 행정 일원화를 추진했다.

이에 따라 연맹의 심판 행정을 협회로 이관하면서 K리그 심판 운영 행정에 변화가 생겼다. 변화된 운영 방침은 심판의 자긍심을 되살리고, 심판 평가 객관성과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가운데 우려의 시선을 받은 것은 1주일 전 심판배정에 따른 사전 공개다.

연맹이 관리하던 지난 7년 동안 심판 배정은 최대한 비공개 원칙이었다. 과거 승부조작, 심판 매수 사건 등으로 K리그가 위험에 처하면서 그렇게 됐다. 승부 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빌미를 원천 차단하고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예방이 최선'이란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심판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에 대한 심판의 사기 저하가 뒤따른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심판 배정을 1∼2일 전 급박하게 통보한 바람에 출장 준비 등에 현실적 불편함이 크다는 고충도 있었다.

이를 감안해 협회는 경기 1주일 전 예비 배정, 3일 전 최종 배정을 하기로 했고, 협회 홈페이지의 'join KFA' 사이트에 심판 배정을 사전 공개(주말 경기 기준 금요일 오전)하고 있다. 다가올 경기를 클릭하면 주심, 부심, 대기심, VAR 심판의 실명을 알 수 있다.


K리그 경기의 심판 배정을 공개하는 join KFA 사이트.


이를 두고 일부 구단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 굳이 심판 명단을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상 시국이라서 더욱 그렇다. 현재 프로축구 리그를 진행하는 곳은 한국, 대만, 벨라루스, 투르크메니스탄 등 8개국 정도다. 이 가운데 인지도가 높은 곳이 K리그다. 전세계가 온라인 중계 등을 통해 K리그를 주목하고 있다.

연맹은 올 시즌 개막 전, K리그 개막 경기에 해외 베팅업체의 관심이 치솟고 있고 검은 유혹의 손길이 찾아들 가능성이 높다는 제보를 받고 K리그 22개팀에 모니터링 강화 등 경고 신호를 보낸 바 있다.

A구단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심판 배정을 미리 공개하는 것에 대해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괜히 불편함을 느낀다"면서 "국내에서 우리끼리 관리 잘 되면 모르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K리그가 주목받고 있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심판 배정을 공개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명단을 미리 공개한 것이 오히려 심판들에게는 스스로 조심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지난 7년간 학습효과가 있는 만큼 이제 불신의 시대를 뛰어넘자는 것이다.

B구단 관계자는 "사실 나쁜 짓을 하겠다는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심판 배정 공개와 상관없이 어떻게든 접근할 수 있다"면서 "심판들이 경각심을 갖고 협회가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협회도 공개 방침에 대해서는 입장이 확고하다. 협회 관계자는 "일각의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는 감추고 숨기면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다. 차라리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문제를 줄이는데 나은 방법이라 판단했다"면서 "심판 배정을 공개할 만큼 떳떳하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이젠 편견의 시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로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리그에서도 심판 배정을 공개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K리그는 언제까지 감추는데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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