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암흑기, K리그는 팬들에게 베풀고 있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0-04-02 06:30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프로스포츠의 존재가치는 팬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 선수들은 늘 "팬 여러분을 위해서"라는 말을 앞세운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선수들이 모두 진심인지는 알 수 없다. 가슴에서 우러나와 말을 하는 선수도 있고, 그냥 구단이 시키거나 다른 선수들이 하니까 기계적으로 따라하는 선수도 있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거지를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진심인 선수는 그 마음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그렇지 않은 선수는 그냥 말만 할 뿐이다.


대전월드컵경기장/ K리그 클래식/ 대전시티즌 vs 전북현대모터스/ 전북 이동국/ 경기 종료/ 사진 서혜민
특히 코로나19로 모든 이들이 힘겨워 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선수들이 평소에 했던 '좋은 말'들이 진심이었는 지 아닌 지를 금세 알 수 있다. '어려울 때 돕는 게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가치를 발휘하는 시기다. 외신에서는 해외 스포츠 스타들의 통 큰 기부 소식이 심심치 않게 이어지고 있다. 또 손흥민(토트넘)과 이승우(신트트라위던) 기성용(레알 마요르카) 이재성(홀슈타인 킬) 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 등 해외 무대에서 뛰고 있는 축구 스타들도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과 팬들을 위한 기부와 구호물품 지원에 앞장섰다.

그러나 정작 K리그 선수들이 팬들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는 소식은 접하기 힘들다. 물론 그 와중에도 먼저 나서서 기부를 통한 사랑 나눔에 앞장 선 인물도 있다. K리그의 '현역 레전드' 이동국(전북 현대)을 필두로 'K리그1 연봉킹' 김진수(전분 현대), 프로축구선수협회장 이근호(이근호), 포항의 캡틴 최영준, 대구FC의 신창무, 대전 하나시티즌 박주원 등이 있다. 또 올시즌 서울 이랜드 지휘봉을 잡은 정정용 감독도 구단을 통해 방호복 5000벌을 기부했다. 이들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현금이나 지원 물품 등으로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되갚고 있다. 기부금이나 물품의 양은 중요치 않다. 스스로 먼저 나섰다는 점 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구단 차원에서는 꽤 다양한 형태의 기부 소식이 꾸준히 나오고는 있다. 상주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마스크 500개를 기부했고, 울산은 선수단 모금액 500만원을 울산광역시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했다. 또 강원도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사무국 임직원이 모은 101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그런가 하면 전남 드래곤즈는 단체헌혈로 힘을 보탰고, 수원FC와 대전 하나시티즌도 성금과 물품을 보탰다.


나열하고 보면 적지 않은 듯 보여도 사실 K리그의 규모나 구단 및 선수들의 숫자, 그리고 무엇보다 국내 축구팬들로부터 받는 성원에 비하면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 특히나 선수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가 적은 것 또한 아쉬운 점이다. 더구나 K리그 선수들은 연봉 수준도 국내 다른 프로 스포츠에 비해 높은 편이다. 지난해 K리그1의 평균 연봉은 1억9111만4000원으로 KBO 평균연봉(1억5065만원)보다 4000만원 이상 높았다. 물론 해외 리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K리그1 팀의 주전급 선수들의 연봉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각종 수당이 추가된다.


특히 이들의 연봉은 해외리그와 달리 구단의 재정상태나 경영 환경에도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 모 기업으로부터 내려오기 때문이다.


이렇듯 안정적인 수입 환경 속에서 팬들의 큰 사랑 덕분에,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K리그 선수들이 요즘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기부에 나서지 않는 건 대단히 실망스럽다. 물론 기부나 나눔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평소 틈만나면 '팬 사랑'을 외치던 이들이 정작 그 말을 실천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 또한 꽤 낯간지러운 일이기도 하다.

기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대다수 선수들은 '괜히 나서는 것 같다'거나 '튀어보일까봐'라는 이유를 댄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구태의연한 핑계일 뿐이다. 기부와 나눔은 더 먼저 나서고, 가능한 널리 알려야만 한다. 그래야 '선한 영향력'이 더욱 생기를 얻을 수 있다. K리그 선수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할 때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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