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인 2015년 3월 22일, 스티븐 제라드(당시 리버풀)는 안필드에서 열린 맨유와의 라이벌전에서 채 1분도 뛰지 못했다.
리버풀 원클럽맨이자 전설로 여겨지는 제라드(현 레인저스 감독)는 당시 브랜든 로저스(현 레스터 시티) 감독에 의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후안 마타(맨유)의 골로 팀이 0-1로 뒤진 상황에서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투입돼 경기 흐름을 바꿔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무언가를 시도해보기도 전에 라커룸으로 돌아가야 했다. 맨유 미드필더 안데르 에레라(현 파리 생제르맹)를 향한 태클을 '위험한 반칙'으로 간주한 마틴 앳킨슨 주심이 퇴장을 명한 것이다. 후반 시작 38초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통계업체 '스쿼카'에 따르면 제라드는 이날 38초를 뛰며 단 1개의 파울과 1장의 레드카드만을 기록으로 남겼다. 팀도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채 결국 1대2로 패하면서 제라드가 각종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제라드는 경기 후 'BBC'를 통해 "라커룸에 있는 동료들과 서포터에게 사과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들을 실망시켰다"며 "주심의 결정을 받아들인다. 옳은 판정이었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38초 퇴장 사건'은 제라드의 리버풀 커리어 오점 두 가지 중 하나다. 가장 큰 오점으로 여겨지는 경기는 2014년 4월27일, 이번에도 안필드에서 벌어졌다. 첼시와의 2013~2014시즌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를 앞두고 리버풀은 승점 80점으로 단독 선두를 달렸다. 첼시가 승점 75점으로 2위, 맨시티가 승점 74점으로 3위였다. 11연승을 내달리며 최고의 상승세를 타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우승에 쐐기를 박을 수 있었던 이날 경기에서 팀의 캡틴이 잔디에 미끄러지며 공을 놓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뎀바 바(당시 첼시)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선제골로 연결했다. 리버풀은 윌리안에게 추가골을 내줘 0대2로 패했고, 결국 맨시티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제라드의 그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중계화면
제라드는 2014~2015시즌을 마치고 17년만에 리버풀을 떠나 LA 갤럭시에서 경력을 마무리했다. 리버풀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제라드 시대에 프리미어리그를 들지 못한 팀은 올시즌 30년만의 1부리그 우승을 눈앞에 뒀다. 코로나19로 일시중단된 리그가 재개된 뒤, 단 2승만 추가하면 우승의 한을 풀 수 있다.